영국경제의 자존심 로이드보험이 투자회원들의 무더기 손해배상소송과
보험금청구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3백8년의 역사를 가진 로이드보험은 일정한 자산자격을 가진 회원들이
모여 각 투자회원들에게 다시 무한책임을 지는 일종의 공제조합으로 투자
회원의 증감과 보험금의 입출금 정도에 따라 영업수지가 민감하게 변한다.

로이드보험은 88년부터 92년까지 대규모 천재지변이 겹쳐 이 기간중 1백
20억달러에 달하는 누적적자가 발생했다.

로이드는 이후 지불불능소문에까지 휩싸인데다 설상가상으로 투자회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으로 홍역을 치르게 됐다.

로이드보험의 이같은 위기가 최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법원심사가 속속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로이드측의
패소판결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미증권관리위원회(SEC)는 "잘못된 계약으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경우 법적으로 이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선언, 미국에 있는
로이드투자회원들에게 소송제기를 부추기고 있다.

SEC는 또 미국에서 발생한 보험관련소송은 영국 법원이 아니라 반드시
미국내 법원에서 심리되어야 한다고 못박아 투자자들의 승소확률을 높여
주기까지 했다.

로이드보험 투자회원들은 보험계약서를 작성할 때 스스로 보험증권에
대한 지급보증, 즉 인수자로도 나선다.

로이드측은 지난 88년부터 92년까지의 대규모 손실로 현재부채를 안고 있는
투자회원이 무려 3만4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부채상환을 요구하며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로이드는 공중
분해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위해 로이드는 "에퀴타스"라는 별도의 재보험회사를
곧 설립, 투자회원들의 손실을 보상해줄 계획이다.

에퀴타스의 보상은 일단 소송취하를 전제로 삼고 있다.

로이드는 당초 에퀴타스가 지불할 보상액으로 42억달러를 예상했으나
지난 10일 보상액상한선을 총 47억달러로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투자회원들의 불안한 심리를 완전히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