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있는 벽돌 생산업체 원광기업.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벽돌 생산량을 하루 7만장에서 5만장으로
줄였다.

원료인 시멘트가 부족해서다.

그동안은 3일에 한번꼴로 시멘트 50t씩을 공급받아 왔으나 4월초부터는
1주일에 50t밖에 못받고 있다.

원료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자체 재고 시멘트도 이달초 완전 바닥났다.

그래서 오는 25일까지 면에 납품해야 할 블록 5만장은 찍어낼 엄두도
못내고 속만 태우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는 Q주택은 레미콘이 없어 요즘
공사를 중단하는 날이 많다.

하루에 55t씩의 레미콘을 써야 하는데 일주일에 2~3일은 아예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웃돈을 주고서 라도 레미콘을 구하고 싶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 형편
이다.

건설 성수기를 맞아 일부 지방에서 시멘트 부족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심각한 곳에선 포장 시멘트 값이 최고 40% 까지 올랐다.

레미콘 업체들 중에선 가동률이 50%도 안되는 회사가 나오고 있다.

중소 건설회사들은 공사일정을 아예 뒤로 미루거나 시멘트 조기확보에
나서는등 홍역을 치루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전국의 시멘트 재고는 95만5천t.

보통 적정 재고수준으로 보는 1백20만t보다 20만t이상 모자라다.

특히 최근엔 1일 시멘트 공급이 17만t정도에 불과한데 소비는 22만~23만t에
달하고 있다.

매일 5만~6만t씩 재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대로 20일만 가면 국내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올봄 시멘트 재고가 문제된 건 무엇보다 지난 겨울에 업체들이 재고를
충분히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재고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40만~50만t이나 적었다. 지난해
추석연휴가 빨랐던 탓에 9월말 이후로 건설 공사가 몰렸던데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레미콘 품질이 높아지면서 시멘트 소비가 크게 늘어서다.
현재 레미콘 1루베(입방m)당 시멘트를 평균 3백40kg씩 넣는데 이는 사고
이전보다 20kg 이상 많아진 것이다"(동양시멘트 관계자).

여기에 시멘트 공급도 금년들어 감소했다.

올 1~4월중 시멘트 생산량은 1천5백63만t에 그쳤다.

전년동기의 1천6백30만t보다 70만t 정도가 줄어든 수준이다.

시멘트 업체들이 시설 보수를 지난 1.4분기중 집중시켰던게 요인이었다.

특히 고려시멘트의 전북 장성 공장이 군의 석회석 채광기간 연장 불허로
지난 1월부터 가동을 완전 중단함으로써 호남지역에 대한 시멘트 공급부족을
부채질했다.

이 회사는 광주.전남지역의 시멘트 총수요중 35%이상을 공급했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시멘트 내수는 1천6백9만3천t으로 전년동기(1천6백
1만5천t)보다 오히려 줄었는데도 수급불안이 초래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같은 수급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공급부족을 해소할 뚜렷한 방도가 없어서다.

국내 생산능력엔 어차피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수입을 늘여야 하는데
이게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멘트 수입을 늘리면 늘릴 수록 손해를 보는 탓이다.

"국내 시멘트 출고가격은 t당 4만4천5백85원으로 묶여 있다. 현재 시멘트
수입가격은 t당 54~56달러에 달한다. 관세를 물고나면 t당 2천원씩이나
적자가 발생한다. 수입해 팔면 손해인데 누가 시멘트 수입을 늘리려
하겠는가"(양회협회 관계자)

물론 업계에선 올해 시멘트 수급차질이 지난 90년대초 정도의 극심한 파동
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시 5월말 재고가 29만t도 안됐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견딜만한 정도란
분석이다.

전남.북 지역등에서의 품귀는 현지 업체의 생산중단에 따른 부분적인
현상이란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인 시멘트
파동은 없을 것"(서두원 쌍용양회 영업1부장)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기회에 국내 시멘트 수급구조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년은 그런대로 넘기더라도 이런 현상이 내년이라고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내 시멘트 생산능력과 수요전망을 다시 점검하고 왜곡된 가격구조를
개선하는게 시급하다"(김관영 성신양회사장).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