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빵업체들이 매출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가에 밀접해 있는 체인형 제과점의 제과빵이 급속히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 밀가격은 양산빵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소비자중심 경영, 적극적인 경영, 신바람나는 경영을 외치는
샤니의 한승희사장을 만나 최근 양산빵업계가 처해있는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들어봤다.

한승희사장은 지난 3월 8년간 사장으로 있었던 나이키스포츠에서 샤니로
자리를 옮겨 양산빵의 이미지제고, 샤니조직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한사장은 나이키로 가기전 삼립식품에 15년간 재직하면서 상무까지 역임한
바있어 양산빵업체가 생소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양산빵업계가 대부분 적자 또는 매출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샤니는 어떻습니까.

<>한사장=샤니의 회사전체 매출은 지난해 20억원정도 줄었습니다.

감소분은 일부 사업의 정리로 생긴것이고 양산빵만 본다면 정체입니다.

인플레를 감안한다면 양산빵도 사실상 매출감소라고 볼수 있지요.

-이처럼 양산빵업계가 정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사장=유통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양산빵업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동네 구멍가게가 유통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미니수퍼 수퍼 편의점 백화점 할인점등 소매점도 계층화.다양화돼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산빵은 아직도 동네 구멍가게위주의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포에 따라 적당한 위치에 제품을 진열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양산빵업계의 과제입니다.

-무엇보다도 주택가 제과점이 늘면서 양산빵이 제과점빵에 밀리는 느낌이
듭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사장=이미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양산빵=싸구려, 제과점빵=고급"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습니다.

양산빵은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입니다.

재료의 대량구매, 대량유통, 대량판매에 따라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꾸로 양산빵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
입니다.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다보니 이제 단순히 배 채우기 위해 빵을 사는 사람은
드물어지고 고급제품을 많이 찾는 추세인데 싸구려라는 이미지는 판매활동에
큰 걸림돌입니다.

저의 가장 큰 관심거리도 어떻게 하면 양산빵이 싸구려이미지에서 탈피,
정당한 대우를 받느냐는 것입니다.

-양산빵의 제품 질은 제과빵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사장=국내 맥도널드햄버거 롯데리아에 공급하는 햄버거빵이 모두
샤니가 공급하는 제품입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로부터 제품의 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지요.

제분업체로부터 양질의 밀가루를 최우선으로 공급받고, 양계업자로부터
좋은 계란을 우선공급받다보니 재료자체는 제과점빵의 원료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내막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이 모르는 것을 소비자들의 책임으로 돌릴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품질에 관한 홍보를 적극 해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샤니가 TV광고를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렇지만 양산빵의 경우 굽는 즉시 먹는 것이 아니고 몇일간의 유통기한
안에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신선도에서 떨어지고 혹시 방부제가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소비자들에게 줄수도 있지 않습니까.

<>한사장=샤니에서 나오는 제품들에는 유통기한과는 별도로 언제까지
먹으면 가장 맛이 좋다는 표시인 "상미기간"을 포장에 명시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상미기간" 표시제도가 우리나라
식품업계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식빵이나 햄버거빵 찐빵의 경우에는 굽는 즉시 먹는 것보다는 하루정도
더 있다가 먹는 것이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소비자들도 식품업체들을 믿고 사먹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양산빵에 방부제 사용 안한지가 15년이나 됐는데도 아직 방부제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형펀입니다.

-국제시장에서 밀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밀가격의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설탕가격도 만만치 않고요.

<>한사장=밀, 설탕의 국제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인다는 데는 동감입니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가격인상을 국내제분 제당업체들이 일차적으로 흡수해
준다면 제빵업체들이 다시 완충역할을 해 최종소비자가격에는 최대한 반영
시키지 않은 작정입니다.

한사장은 최근 벌이고 있는 신바람운동인 "도약 2000" 켐페인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 회사분위기가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어 앞으로 샤니의 매출
신장도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