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나라의 장래와 관련,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전후 최대의 경제성장을 과시하면서 세계일등국으로 진입한 일본도 21세기
초반부터는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불황 물가고 3류정치문화등 일본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없는 이 고령화문제만큼 위기감을 주는 사안은 없는
것같다.

무위도식하는 삶들이 많아지면 이들을 부양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돼
경제가 활력을 잃게될 수밖에 없는데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최장수 국가이기
때문이다.

일본총무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동태를 살펴보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실감있게 다가온다.

96년 4월1일 현재 일본의 65세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의 14.9%에 이른다.

지난 50년 4.9%에 그쳤으나 70년 7.1% 80년 9.1% 90년 12.1%등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가속시키는 것은 청소년의 감소현상이다.

지난 50년 35.4%에 달했던 14세이하는 70년 24.0% 90년 18.2%를 기록한데
이어 96년엔 15.8%까지 주저앉았다.

청소년은 절대숫자면에서도 1,987만명에 그쳐 2차대전후 처음으로
2,000만명선을 밑돌았다.

게다가 가임여성들의 평균출산자수가 1.9명에 그치는등 소산 만혼이
일반화되고 있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도 전체의 7%를 넘고
있다.

후생성의 인구문제연구소는 고령인구가 오는 2000년 17% 2010년 21.3%를
나타내는데 이어 2025년엔 25.8%를 기록해 전체인구의 4분의1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령화사회가 본격화되면 젊은층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복지문제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일본정부도 이 분야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세금도 더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21세기엔 과거의 어려움을 모르는 유복한 세대들이 일본경제의 주역이
된다.

이들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지는 장담키 어렵기 때문에 젊은층과
노년층이 치열한 파이싸움을 벌이는 상황도 예상할 수있다.

고령화사회는 21세기 패권국을 꿈꾸는 일본이 극복해야 할 최대장애물이다.

< 도쿄 = 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