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막대한 예산 남용을 해결하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다.

15개회원국은 연간 1,000억달러이상을 모아 취약지역및 산업의 보조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의 상당분이 불법유출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폐통합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위해 회원국들이 국민적 저항을
감수하며 긴축재정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 예산남용규모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최근 EU집행위가 밝힌 지난해 예산의 불법유출규모는 총예산의 1.4%에
이르는 14억2,000만달러상당.

이는 예산남용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대책마련이 강력히 제기된
전년보다 오히려 5%이상 늘어난 규모다.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농업보조금의 경우 불법사용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U의 애니타 그라딘 예산담당관은 "국제적 범죄조직이 EU회원국은 물론
동구등 비회원국에 지원된 자금을 마약거래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가 제시한 통계는 회원국의 신고만을 근거, 실제규모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강하다.

프랑스 집권보수당의 프랑수아 뒤베르의원은 지난해 펴낸 저서 "유럽의
횡령"에서 "마피아의 범죄와 관료들의 부패등으로 EU예산의 15%가 불법
사용되고 있다"며 "브뤼셀은 이미 윤리성을 상실했으며 마피아식 침묵의
법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탈리아 마피아집단의 경우 농업이나 건설부문 보조금을 착복해
왔으며 부패 제로지역으로 알려진 유럽북부 회원국들도 다국적 기업들이
간교한 방법을 동원, 예산을 낭비해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유럽의회를 중심으로 예산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각종 강경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임자없는 돈"을 불법 사용하려는 교묘한 세력앞에는
불가항력인 듯한 분위기다.

< 브뤼셀 = 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