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칼라힐스 <전 미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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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창설과 함께 ''무역자유화''는 세계 각국의 공통과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방법을 놓고 각국은 아직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WTO협상 테이블에서 아시아등 개발도상국의 시장개방 노력이
미흡하다며 초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89~92년 4년간 미국 대외 무역전쟁의 진두지휘를 맡았던 사령탑
칼라힐스 전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의 이런 무역자유화 정책에서 빼놓을
수없는 일등공신이다.
''슈퍼 301조''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시장개방의 첨병 역할을 한
덕분에 ''칼날''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칼라힐스, 이제는 컨설팅 회사인
힐스&컴퍼니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10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한국총회에 참석차 내한한 칼라힐스 전대표를
만나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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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노혜령 기자 ]]]
-현재 진행중인 WTO 통신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 힐스 =한국에서는 모든 기업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을 차별대우하기 때문이다.
경쟁시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도 이것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특정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국민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소유는 최대 3분의1까지로 제한돼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완전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데.
<> 힐스 =한국은 가능한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등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우 7백만명의 피난민들로 이뤄진 섬에 불과했지만 경제개방으로
오늘날 잘사는 나라가 됐다.
미국에서도 시장 개방이 소비자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볼때도 시장개방이 한 나라의 경제에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외국인 투자제한을 철폐하는 것은 투자희망국뿐 아니라 한국에게도
큰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통신은 한 나라의 기간산업이다.
특히 한국처럼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보차원에서
정부가 통신산업에 대한 관리를할수 있는 형태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 힐스 =그점은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외국인 지분소유에 상한선을 둔다고안보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들이 최상의 제품을 살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제품만을 사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민들에게 세계 최상의 기술을 누릴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
국산만 사도록 제한하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지분소유 제한은 그 자체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소유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느냐는게 논의의 촛점이
아니다.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전화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전화하는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현실은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한국은 지난해 약 40억달러의 대미 무역적자를 봤다.
이같은 결과가 그간 USTR이 벌인 공격적인 통상외교의 결과라고 보는가.
<> 힐스 =그런것 같다(웃음).
한국이 문을 계속 닫아걸고 있는한 세계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국도 뼈아픈 경험이 있다.
지난 80년대초 미국 자동차시장은 보호주의하에 있었다.
미국자동차업계는 날로 경쟁력을 잃고 자동차 값만 치솟았다.
당시 자동차 가격은 대당 1700달러나 인상됐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자마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의 자동차 업계를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폐쇄된 시장을 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개방하지 않고 견디기는 훨씬 더 어렵다.
개방 반대압력 이상의 부담이 산업전반을 내리누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조달이나 통신비용이 홍콩이나 미국, 아시아.태평양 이웃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면 어떻게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싸워
이기겠는가.
이런 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은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클수록 높은 세금을 매기는 누진체제로
돼있다.
큰 차는 공해유발이 크로 도로파손율도 높다는 점등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볼수 있다.
미국은 이런 한국의 자동차세가 미국차 수입을 가로막는 무역장벽 역할을
한다며 균등세로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 나라의 세제정책까지 바꾸려드는 것은 지나친 간섭 아닌가.
<> 힐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금은 어떤면에서 관습의 일종이다.
외국제품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국인에게 유리하게 매겨지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요즘 한국에는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차보다는 벤츠등 다른 나라 차들이 더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이 애써 열어놓은 문으로 다른 나라가 들어온다면 미국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 힐스 =그럴 수 있다.
문은 정부가 열지만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업계에서 할일이다.
실제 미국이 힘들여 열어놓은 시장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들어와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미국이 일본 쇠고기 시장을 개방했는데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
돈을 번 것은 호주였다.
그러나 호주는 일본에 쇠고기를 팔아다 번 돈으로 미국에서 물건을
사들였다.
이것이 바로 세계 무역의다자간 체제가 발휘하는 힘이다.
국제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미국차를 사면 그만큼 한국차를 사야하는 균형 맞추기가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핵심 이슈는 무역장벽을 얼마나 낮추는가이다.
-지난해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미국이 탈퇴하는등 WTO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같은데.
<> 힐스 =지난해 금융서비스 협상은 결렬위기까지 갔다가 제한적 합의로
타협됐다.
자국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참여 제한규정 철폐가 명시되지 않은
불완전 합의였다.
따라서 이 합의안에 따르면 일부국가들의 금융시장 개방은 현행수준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불합리한 상황에 있다.
이 때문에 금융협상은 오는 97년까지 보완될 예정이다.
협상 마감시한이 99년까지인 농업분야 서비스도 난항이 예상되는 민감한
현안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농업관세는 무려 9백%에 이른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보조금 지급으로 일반 소비자는 연간 3천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타결에 이르기까지 길이 순탄하진 않겠지만 이 모든 분야의 시장개방이
세계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WTO는 각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WTO는 가장 궁극적인 세계무역협상 기구이다.
-지적했듯히 WTO는 세계무역협상의 궁극적인 체제이다.
이런점에 비춰볼때 지역블록인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APEC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 힐스 =APEC 회원국 수뇌들은 오는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모여 무역
자유화방안을 협의한다.
그 결과와 상관없이 APEC정상회담 2주후면 싱가포르에서 WTO 무역장관들이
만나 자국수준의 시장개방을 하는 나라에 대해서만 무역장벽을 낮춘다는
내용의 또 다른 무역자유화 협상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WTO는 지역블록의 단계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궁극적인 무역협상
체제다.
그러나 필리핀 APEC 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둔다면 WTO의 협상타결에
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블록과 WTO는 별개가 아니다.
세계무역자유화라는 공통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시장개방 성과가 미흡한 현실에 비춰볼때 시장개방을 향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지역 그룹은 있어야 한다.
WTO는 회원국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등 현재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국가만도 29개국에
이르고 있다.
덩치가 커질수록 다자간 합의도출도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역그룹이다.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는 이웃국가간 지역협상을 벌일 경우 더 심도깊고
신속한 무역자유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무역자유화호가 다소 기우뚱거리면서 저속항진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활기를 불어넣을 촉매제가 필요하다.
지역그룹들이바로 그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완전한 시장개방을 경계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 힐스 =아시아에서 경제개방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자본수요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돈을 끌어오지 않고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도로, 항만, 전력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이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심각한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동아시아만도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현대화하는데
앞으로 10년간 총 1조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시아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도 2천년에는 선진국 평균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그만큼 소비욕구도 급속도로 분출되고 있다.
이런 제반 경제사정을 감안할때 아시아각국의 경제개방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런 의미에서 WTO의 투자협상이 자본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
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부품 조달기준등 극히 일부분야에서만 합의된
상태이다.
내국인 대우, 자본송금등 핵심 투자관련 사항은 전혀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역대표부 대표시절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 힐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창설이다.
개인적으로 보람되고 객관적으로도 가장 큰 평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농업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자유무역기구로서
모델케이스가 됐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
세계무역기구(WTO) 창설과 함께 ''무역자유화''는 세계 각국의 공통과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방법을 놓고 각국은 아직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WTO협상 테이블에서 아시아등 개발도상국의 시장개방 노력이
미흡하다며 초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89~92년 4년간 미국 대외 무역전쟁의 진두지휘를 맡았던 사령탑
칼라힐스 전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의 이런 무역자유화 정책에서 빼놓을
수없는 일등공신이다.
''슈퍼 301조''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시장개방의 첨병 역할을 한
덕분에 ''칼날''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칼라힐스, 이제는 컨설팅 회사인
힐스&컴퍼니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10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한국총회에 참석차 내한한 칼라힐스 전대표를
만나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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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노혜령 기자 ]]]
-현재 진행중인 WTO 통신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 힐스 =한국에서는 모든 기업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을 차별대우하기 때문이다.
경쟁시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도 이것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특정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국민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소유는 최대 3분의1까지로 제한돼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완전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데.
<> 힐스 =한국은 가능한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등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우 7백만명의 피난민들로 이뤄진 섬에 불과했지만 경제개방으로
오늘날 잘사는 나라가 됐다.
미국에서도 시장 개방이 소비자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볼때도 시장개방이 한 나라의 경제에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외국인 투자제한을 철폐하는 것은 투자희망국뿐 아니라 한국에게도
큰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통신은 한 나라의 기간산업이다.
특히 한국처럼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보차원에서
정부가 통신산업에 대한 관리를할수 있는 형태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 힐스 =그점은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외국인 지분소유에 상한선을 둔다고안보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들이 최상의 제품을 살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제품만을 사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민들에게 세계 최상의 기술을 누릴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
국산만 사도록 제한하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지분소유 제한은 그 자체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소유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느냐는게 논의의 촛점이
아니다.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전화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전화하는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현실은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한국은 지난해 약 40억달러의 대미 무역적자를 봤다.
이같은 결과가 그간 USTR이 벌인 공격적인 통상외교의 결과라고 보는가.
<> 힐스 =그런것 같다(웃음).
한국이 문을 계속 닫아걸고 있는한 세계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국도 뼈아픈 경험이 있다.
지난 80년대초 미국 자동차시장은 보호주의하에 있었다.
미국자동차업계는 날로 경쟁력을 잃고 자동차 값만 치솟았다.
당시 자동차 가격은 대당 1700달러나 인상됐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자마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의 자동차 업계를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폐쇄된 시장을 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개방하지 않고 견디기는 훨씬 더 어렵다.
개방 반대압력 이상의 부담이 산업전반을 내리누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조달이나 통신비용이 홍콩이나 미국, 아시아.태평양 이웃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면 어떻게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싸워
이기겠는가.
이런 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은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클수록 높은 세금을 매기는 누진체제로
돼있다.
큰 차는 공해유발이 크로 도로파손율도 높다는 점등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볼수 있다.
미국은 이런 한국의 자동차세가 미국차 수입을 가로막는 무역장벽 역할을
한다며 균등세로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 나라의 세제정책까지 바꾸려드는 것은 지나친 간섭 아닌가.
<> 힐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금은 어떤면에서 관습의 일종이다.
외국제품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국인에게 유리하게 매겨지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요즘 한국에는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차보다는 벤츠등 다른 나라 차들이 더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이 애써 열어놓은 문으로 다른 나라가 들어온다면 미국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 힐스 =그럴 수 있다.
문은 정부가 열지만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업계에서 할일이다.
실제 미국이 힘들여 열어놓은 시장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들어와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미국이 일본 쇠고기 시장을 개방했는데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
돈을 번 것은 호주였다.
그러나 호주는 일본에 쇠고기를 팔아다 번 돈으로 미국에서 물건을
사들였다.
이것이 바로 세계 무역의다자간 체제가 발휘하는 힘이다.
국제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미국차를 사면 그만큼 한국차를 사야하는 균형 맞추기가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핵심 이슈는 무역장벽을 얼마나 낮추는가이다.
-지난해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미국이 탈퇴하는등 WTO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같은데.
<> 힐스 =지난해 금융서비스 협상은 결렬위기까지 갔다가 제한적 합의로
타협됐다.
자국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참여 제한규정 철폐가 명시되지 않은
불완전 합의였다.
따라서 이 합의안에 따르면 일부국가들의 금융시장 개방은 현행수준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불합리한 상황에 있다.
이 때문에 금융협상은 오는 97년까지 보완될 예정이다.
협상 마감시한이 99년까지인 농업분야 서비스도 난항이 예상되는 민감한
현안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농업관세는 무려 9백%에 이른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보조금 지급으로 일반 소비자는 연간 3천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타결에 이르기까지 길이 순탄하진 않겠지만 이 모든 분야의 시장개방이
세계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WTO는 각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WTO는 가장 궁극적인 세계무역협상 기구이다.
-지적했듯히 WTO는 세계무역협상의 궁극적인 체제이다.
이런점에 비춰볼때 지역블록인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APEC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 힐스 =APEC 회원국 수뇌들은 오는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모여 무역
자유화방안을 협의한다.
그 결과와 상관없이 APEC정상회담 2주후면 싱가포르에서 WTO 무역장관들이
만나 자국수준의 시장개방을 하는 나라에 대해서만 무역장벽을 낮춘다는
내용의 또 다른 무역자유화 협상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WTO는 지역블록의 단계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궁극적인 무역협상
체제다.
그러나 필리핀 APEC 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둔다면 WTO의 협상타결에
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블록과 WTO는 별개가 아니다.
세계무역자유화라는 공통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시장개방 성과가 미흡한 현실에 비춰볼때 시장개방을 향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지역 그룹은 있어야 한다.
WTO는 회원국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등 현재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국가만도 29개국에
이르고 있다.
덩치가 커질수록 다자간 합의도출도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역그룹이다.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는 이웃국가간 지역협상을 벌일 경우 더 심도깊고
신속한 무역자유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무역자유화호가 다소 기우뚱거리면서 저속항진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활기를 불어넣을 촉매제가 필요하다.
지역그룹들이바로 그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완전한 시장개방을 경계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 힐스 =아시아에서 경제개방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자본수요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돈을 끌어오지 않고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도로, 항만, 전력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이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심각한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동아시아만도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현대화하는데
앞으로 10년간 총 1조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시아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도 2천년에는 선진국 평균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그만큼 소비욕구도 급속도로 분출되고 있다.
이런 제반 경제사정을 감안할때 아시아각국의 경제개방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런 의미에서 WTO의 투자협상이 자본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
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부품 조달기준등 극히 일부분야에서만 합의된
상태이다.
내국인 대우, 자본송금등 핵심 투자관련 사항은 전혀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역대표부 대표시절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 힐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창설이다.
개인적으로 보람되고 객관적으로도 가장 큰 평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농업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자유무역기구로서
모델케이스가 됐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