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대기업의 생보업 진출을 허용함에 따라 신설 생보사 인수를
둘러싼 M&A(기업매수합병)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금융계엔 한진그룹과 롯데그룹이 모 신설생보사를 인수하기 위해
입질을 하고 있으며 "인수가격이 1주당 10만원대"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
정도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에서 생보진출이 좌절된 현대 LG그룹등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선경그룹을 봐준 특혜조치"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과 특수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생명은 "정부가생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해놓고 5대 대기업중에서 삼성 선경그룹만 되고
유독 현대와 LG 대우그룹만 안되는 이유가 뭐냐"고 흥분.

사실상 LG그룹과 특수관계로 알려진 국민생명과 부산의 한성생명도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삼성그룹과 선경그룹을 봐주기 위한 특혜조치"라고 주장.

<>.반면 이번 조치로 숨어져 있던 대주주를 전면에 나세울 수 있게 된
중앙생명과 아주생명은 "생보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합리적인 조치"라며
환영.

지난해 경영권이 선경그룹의 관계회사인 한국석유등으로 넘어간 중앙생명은
"합작사인 코로롱메트생명의 경우 코오롱그룹 지분이 49%인데도 "코오롱"
이란 사명을 쓰고 있다"며 곧 "선경생명"으로 바꿀 방침임을 시사.

또 금호그룹으로부터 지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소문난 아주생명(광주)도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조만간 "금호생명"으로 개칭하는 것을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생보업 공식진출이 허용된 한진그룹 기아그룹(이상 50%미만)과 롯데그룹
(100%가능)등은 신설 생보사를 인수하기 위한 본격사냥에 착수.

이에 금융계엔 모생보사에 대한 모 대기업의 인수설등 M&A루머가 나돌아
해당 생보사들이 해명하느라 진땀.

대기업의 인수타킷으로 떠오른 해당 생보사들은 "대기업들이 신설 생보사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일부러 M&A설을 유포하고 있다"고 하소연.

<>.5대 대기업이면서도 생보진출이 공식으로 부분허용된 선경그룹에 대한
특혜의혹이 여기저기서 나와 눈길.

선경그룹은 공정거래법상 5대 기업집단이면서도 여신관리상 5개 계열기업엔
속하지 않아 한마디로 "절반만 5대 대기업"으로 봐야 한다는게 정부측의
논리.

결국 선경그룹은 5개 대기업과 10대 대기업에 양다리 걸치기식으로 생보
지분 50%미만 허용이란 참여제한 기준을 만족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다른 그룹과 생보사조차도 "재경원이 차라리 선경그룹을 포함한
5대 대기업에 대한 생보진출을 금지했으면 이해가 갈텐데 유독 선경그룹만
허용해준 것은 누가봐도 특혜소지가 있다"고 주장.

<>.생보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신설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

지난 80년대말 세워진 후발 생보사들은 올해부터 이연 초과사업비에 대한
상각기간이 몰려있어 96년9월 기준으로 지급여력 부족액이 약 6,000억원을
넘는다는게 보험감독원의 추정.

이에 따라 기존주주들이 대부분 지방상공인들이어서 증자여력이 모자라는
지방생보사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대기업과 짝짓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