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그룹이 우성을 인수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일이 과연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정체를 면치 못했던 기업이 과연 건설전문그룹을 떠맡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까가 관심의 주내용이다.

지난 64년 설립된 한일합섬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한일은 국내의 대표적
인 경공업그룹.

80년대 중.후반 섬유와 신발 경기가 퇴조하는 과정에서 "시기를 놓쳐"
사업다각화에 실패한 기업으로도 자주 인용되는 그룹이다.

한일의 계열사는 현재 8개.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은 2조5백43억원, 자본총계 2천7백9억원, 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2천억원이다.

자산순위에서나 매출순위에서 재계 27위권에 머물고 있다.

계열사가 8개라지만 덩치로는 고만고만하다.

아크릴섬유를 제조하는 한일합섬과 신발및 스포츠의류를 생산하는
국제상사, 아크릴 원료인 AN모노머를 생산하는 동서석유화학을 빼고는 매출
1천억을 넘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현재의 위치는 단일기업 최초로 지난 73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옛 영화"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지난 82년 김한수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2세인 김중원회장이 경영권을 승계
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시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5공당시인 지난 85년 정부의 부실기업정리 과정에서 국제상사 연합물산
남주개발 신남개발 한효개발등 국제그룹의 5개 계열사를 인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제상사외에는 대부분 작은 기업이었던데다 그나마 신발경기가
침체되면서 국제상사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경남모직 부국증권 한효건설 한효개발등 4개 계열사를 동생들
에게 떼 줘 더욱 "왜소한 모습"이 돼버렸다.

물론 한일도 그동안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쳐왔다.

지난 94년 한일합섬의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2도약"을 선언하며 사업
다각화를 본격 추진해 왔다.

생물공학 정밀화학 전자통신 유통등 첨단산업부문을 집중 육성해 2000년엔
신규사업부문 매출비중을 50%로 끌어올려 매출 5조원대의 그룹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21세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어쨌든 그러나 "우성"을 인수하면서 한일은 다시 한번 전통있는 기업의
저력을 발휘한 셈이 됐다.

한일이 "마지막 승부"처럼 얻은 우성인수의 기회를 어떻게 재도약의 발판
으로 삼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