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고등교육단계의 취학률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대학교육이
이미 대중화되고 있다.

신규 대졸자의 40%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대학교육도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학교육이 우리사회가 필요로하는 고급 전문인력의 양성기능을 한다고
할때, 우리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배출되는 이들 고급
인력이 사회 각 부문으로 배분.흡수되어 제대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졸남성에 비하여 대졸여성의 활용도는 유난히 낮은 실정이다.

최근의 노동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국내 50대그룹의 대졸 신입사원중 여성
의 점유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5년전에 비해 거의 3배가량이나 증가한 것으로서, 대졸여성의 취업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졸 취업희망자의 40%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대졸여성의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95년 현재 여자 신규대졸자의 평균 취업률은 50%정도로 남자 신규대졸자의
취업률 70%에 비해 월등히 낮다.

대졸자의 취업률이 성별에 따라 이처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대졸자의 취업률이 성별에 따라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이웃
대만과 일본에서도 대졸여성의 취업률은 대졸남성의 취업률과 거의 비슷
하다.

기업이 같은 조건의 남성에 비하여 대졸여성의 채용을 꺼리는 원인은 첫째
대졸여성의 생산성 내지 직무수행능력이 남성에 비하여 뒤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의 불만은 여성의 직무수행능력 자체가 본질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낮다기보다는, 결혼이나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 두거나 직장을
계속 다니더라도 가사및 육아부담등으로 노동강도나 생산성이 낮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여성에 대한 각종 차별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
이기도 하다.

즉, 가사및 육아부담이 사실상 여성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담을 경감해 주는 제도적 지원없이는 기혼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근무
패턴이나 노동강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각종 차별이 여성의 능력계발과 직업의식을 저하시킴
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성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확인시켜 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모성보호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기혼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조건에서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겠으며, 이와
더불어 여성들 본인의 노력과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의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두번째로 지적할수 있는 것은 여성채용에 따르는 기업의 추가부담 문제
이다.

모성보호비용을 기업에 전담시키는 현행 제도아래에서는 남성에 비하여
여성 채용시 임금이외의 노동비용이 높으며,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여성
인력의 채용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산성이 같다면 여성을 채용함으로써 추가부담을 기업이 떠맡아야 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졸여성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의 남성에 비해
이들을 채용함으로써 수반되는 기업의 추가부담이 경감됨으로써 여성채용에
대한 기업의 인센티브가 높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이 이루어져야 하며, 육아휴직
장려금이나 여성재고용촉진금, 직장보육시설의 운영내지 보육비 지원에
대한 세제혜택등을 통하여 기업의 부담이 완화되어야 한다.

셋째 대졸여성의 취업이 어려운데에는 여성에 대한 각종 차별의 영향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90년대에 들어와 대졸여성의 취업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특히
대기업 취업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각종 여성관계 법령의 정비와 여성
인력에 대한 인식 제고 등으로 대졸여성의 신규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고용주의 편견뿐 아니라 동료남성이나 고객의 편견에도
근거한다.

함께 근무할 동료남성들이 여성채용에 반발하거나 대고객업무에서 고객들이
여성인력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여성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고용주라고 하더라도 여성의 채용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주의 인식 제고는 물론이고 여성의 취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80년대 중반이후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정무장관실의 신설, 남녀고용평등법
과 영유아보육법등의 제정및 개정등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국가경제 차원에서의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는 물론 여성계의 오랜 요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에도 기인
하는 바가 크다.

대졸남성과 마찬가지로 대졸여성 역시 우리 사회가 애써 키워낸 고급
인적자원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