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제이 갤브레이스 < IMD 교수 >

최근 몇년간 다운사이징 열풍을 경험한 많은 기업들은 단순히 몇개의
작업장을 문닫고 직원들을 조기에 퇴직시키는 등의 방법으로는 장기적인
경쟁우위에 설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기업합병 리엔지니어링 비용절감 등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기서
특별한 경쟁강화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기업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자들은 손익계산서의 수익측면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내부 개발(internal development)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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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내부개발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내부개발은 제품 확대나 신제품 개발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과자공장의 경우 기존의 생산공정과 별도로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내부 개발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

노키아 휴렛팩커드 캐논 삼성 에이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들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개발의 성공과 실패가 대개 새로운
활동과 기존 활동간의 분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실 분리의 목적은 새로운 사업이 잘 진행될수 있도록 기존의 사고방식과
관행등이 새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코닥사는 분리를 하지 않아 대가를 치른 좋은 사례다.

코닥이 전자영상사업을 시작하던 70년대에는 전자영상이 당시의 주류였던
화학영상(사진 필름)을 대체할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코닥도 전자영상사업단을 발족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필름분야 경영진들은 그들의 고객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이유로
전자영상사업을 계속 방해했다.

게다가 그 프로젝트는 유능한 전자엔지니어들을 끌어오는데도 실패했다.

코닥의 기존 인사분야에서는 모든 기술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전자관련 기술자의 임금수준이 화학기술자보다
높았기 때문에 유능한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코닥 VTR나 코닥 캠코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제록스는 너무 심한 분리가 이루어져 실패한 예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제록스 연구센터는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나 발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중 대륙저편 동부지역의 본사 사업부활동에 적용된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시간.지리.조직기구상의 분리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전달에 장벽으로 작용
했기 때문이다.

분리가 적절히 조절되지 않으면 장벽은 새로운 사업개발을 가로막는다.

경영자는 분리와 내부 접촉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유지, 새 사업을 맡은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방법을 시도하는데 조직의 축적된 지식과
자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적절한 분리를 위해서는 두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새로운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 사업과는 다른 정책과
시행을 채택할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

또 새로운 사업이 종종 기존 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신사업에는 코닥의 경우처럼 새로운 인사.보수정책과 구매.판매과정이
필요하다.

회사 내부에 분리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 경영자는 그들을 설득하고
이를 시행할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코닥사와 관련, 외부 전문가들은 카메라부문을 텍사스주 댈러스시나
오스틴시로 이전, 전자기술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주도록 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카메라부문은 화학필름 사업부가 있는 로체스터에 남았고 결국
2류로 전락했다.

신사업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통 5~6년은 잡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매달 보고서를 내고 분기별로 검토를 하며 연말에는 실적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존 사업의 시간주기와는 호흡이 다르다.

어느 정도의 분리가 적당한가는 "새 사업과 기존 사업이 얼마나 다른가"와
"새 사업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에 달려 있다.

차이가 클수록 분리의 정도도 커져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기존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방식의 틀을 완전하게 세우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사업은 조직에 해가 되고 기업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모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같은 차이점에서 개발작업에 분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분리된 부문은 "신중한 실수"가 용납되고 그것으로부터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경영의 연습장이다.

고객과 관련된 장애는 더 자주 일어난다.

신제품은 기존 제품과 경쟁하며 기존 고객을 잠식한다.

그러다보니 코닥처럼 기업이 과거 기술에서 신기술로 이전하는 속도를
줄이려다가 새로운 경쟁자만 시장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오늘날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남들이 해주기 전에 스스로 당신의 생산라인을 구닥다리로 만들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신기술 도입이 강조되고 있다.

새 사업이 기존의 것과 다르면 다를수록, 기존 조직의 방해가 크면 클수록
분리의 필요성은 증대된다.

그럼 언제 어떻게 분리를 해야 분리된 조직이 "작은 섬"으로 남아 기존
조직의 견제를 받지 않겠는가.

성공적인 사업개발을 위해서는 개발과정 전체에 걸쳐 <>조직기구상
<>물리적 위치상 <>예산및 회계감사상 <>정책상 등 4가지 분리가 적절히
응용돼야 한다.

조직기구상 분리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기존활동과 너무 달라 기존의
경험으로부터 배울게 거의 없을 때 필요하다.

반면 시장을 개척한다거나 기존 부문의 접근방식을 새롭게 변경하는
정도의 사업이라면 조직기구상 분리가 비공식적이어야 유리하다.

이와 같은 느슨한 결합은 새 사업이 기존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부문으로부터 기술과 자원을 제공받도록
해 준다.

물리적 위치의 분리는 사업을 다른 건물이나 다른 층으로, 또는 (코닥에서
필요했던 것처럼) 다른 도시로 옮김으로써 가능하다.

한편 물리적 분리와 조직기구상 분리에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예컨대 어떤 사업이 장기간의 시간주기를 갖기 위해 조직기구상으로는
기존 사업과 구분되면서 위치상으로는 붙어 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새 사업은 기존 사업으로부터 충분히 배우고 상호교류하면서도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예산및 회계감사상 분리는 새 사업개발로 인해 현재의 성과가 과소평가되고
보너스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준다.

새사업의 예산과 회계감사를 기존 사업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분리는 새 사업에 대한 지원을 기존의 부문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정책상 분리는 새 사업을 일상적 정책과 절차상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개발되는 사업은 새롭게 직면한 현실에 부합되는 정책과 절차를
창조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빠른 의사결정을 이룰 수 있다.

사업 개발의 전과정을 통해 경영자들은 이 네가지 분리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영자는 아이디어를 사업부문에 이전하기 위해 특정한 인사상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예컨대 새 사업부문에서 개발된 아이디어가 어떤 시점에서는 기존 사업
부문과 혼용될 수 있다.

그러면 기존 사업부문 인력은 새 프로젝트로 이동되고 아이디어는 기존
사업부문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새 프로젝트는 기존 사업부문으로 물리적 위치를 옮긴다.

예산은 신.구부문사이에 공평하게 배분된다.

결국 전체 프로젝트가 조직구조상으로 기존 부문에 맡겨지고 기존 부문에서
전체의 예산권도 갖게 된다.

이렇게 아이디어는 분리와 연계의 적절한 조정에 의해 회사전체로 전파
된다.

경영자는 새 사업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와 관련한 시간주기 불확실성
위험성 등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종종 아이디어가 어디에 적용돼야 할지 모를 경우가 있는데 기존의 특정
사업부문에 적용될 수도 있고 그것 자체가 새 사업부문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정하는 과정은 매우 감성적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새 아이디어에 열정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다른 이는 강력하게
반대를 부르짖기도 하고 몇몇 사람은 위험기피적이어서 찬성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수많은 분쟁을 겪어야 하고 소수의 경영자들만이
이에 맞설 용기와 감성적 스태미나를 갖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내부 개발을 중시함에 따라 분리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성공
과 실패의 결정적 요소가 됐다.

네 가지 종류의 분리를 다루는데 능숙한 경영자들만이 내부 개발노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