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잔디위에 하얀공을 쫓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파란 하늘
만큼이나 싱그럽다.

휴일날 나와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젊음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잠시 접어두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난 18년간 국내 스포츠 활성화및 국위 선양에도 기여했던 한국화장품
실업야구단이 기업 본연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당시 체육팀 운영
계획에따라 해체되었을때 선수들의 슬픔어린 눈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야구단 단장으로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우승했을때 기뻐하던일,
경기에 졌을때 축쳐진 어깨를 다둑거리며 용기를 불엊던일 그 모든 것이
추억 뒤편으로 스쳐지나가며 그들의 슬픈 눈 만큼이나 나의 마음은 아픔과
허전함이 가득했었고 그러한 마음은 나의 가슴 한 곳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2월초 몇몇 직원들이 순수 아마츄어 사회인 야구를 만들겠다고
했을때 그들을 적극 지원해 주고 싶었다.

짧은 3개월동안 팀을 창단하느라 일과시간후 정신없이 쫓아다니는
직원들과 휴일에도 나와 어설프나마 공을 쫓아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을 느꼈다.

특히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엔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도 회사 연습구장
에서다.

운동장 한켠에 앉아 아빠의 공 쫓는 모습을 지켜보는 딸의 눈동자가
바쁘기만 하다.

아무리 야구가 좋아서 한다고들 하지만 어찌 힘들지 않으랴.

그렇게하여 지난 4월22일 일요일날 창단식을 거행하고 바로 일주일뒤
무역회사인 T&M(주)과 첫경기를 가졌을때 경기 경험도 없고 충분한 연습을
갖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하던 선수들을 기억하며 기대를 갖고
경기를 관전하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1회초 경험 부족으로 4점을 주었을때 아직은 무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선수들이 실망하지 않고 열심해 해주기만을 바랬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선수 전원이 하나가 되어 파이팅을 외치며 열심히
뛰던 선수들이 마침내 15대9로 역전승을 했을때 기뻐하는 선수들을 보며
나의 마음 한 곳에 자리잡았던 응어리가 용해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부족하나마 열심해 해보겠다는 이들과 하나가 되어 훌륭한 팀을
만들어보자.

바쁜 일정을 잠시 접어둔 채 운동장에 들르는 임충헌 회장님과 그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신 임직원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