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인류는 그동안 추구해 왔던 문명의
방향에 대해서 전체적인 반성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산업사회에서 인류는 녹색혁명을 통해 엄청난 식량증산에
성공하였으나 지구의 역사를 통해서 장구한 세월동안 이루어진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음으로써 인류의 생존자체가 위기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생태적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 역시 근본적인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바, 사회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부부관계나 부자관계 역시
새롭게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모든 행위의 근거인 가치관 역시 근본적으로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대의 문제를 보면서 거의 10여년 전에 읽었던
에릭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유와 존재가 경험의 두가지
근본 양식이고 그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의 성격의 차이를 결정한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진실로 우리가 다만 소유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물적 정신적 조건으로부터 우선 탈피하여 그
근원으로서의 나의 존재를 직시할 것인가는 참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삶의 질"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진정한 의미에서의
삶의 고품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조건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진정한
"존재"로서의 자아와 그 무한한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욕망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와
같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계,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을 변혁해야 하며 또 이를
지혜롭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즉 미래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변혁되어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을 정립할 때만이 비로소 우리에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확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