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식량위기가 닥쳐왔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각국의 곡물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식량생산은
정체 내지 기상악화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곡물파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위기에 직면한 세계 곡물시장의 실태를 특집
게재, 기로에 선 식량경제학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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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곡물값을 바라보는 수출국과 수입국간에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수출국은 거래차익을 만끽하고 있으나 수입국들은 비용부담이 갈수록
증가, 장기적으로 식량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부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밭일을 마치고 귀가한 후 컴퓨터를 통해 곡물값을 살펴보는
미 일리노이주의 농부 빅 리들씨의 입가에는 요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곡물값은 연일 폭등하지만 각국의 수요는 줄지 않고 있어 수확한
곡물을 높은 가격으로 수출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반대편에 있는 중국 상해에 거주하는 주홍린 교수 가족의
최근 식탁에는 육류와 생선 등이 즐비하다.

5년전만해도 쌀과 채소만 식탁에 올랐던 것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제성장으로 가처분 소득이 급증한 까닭이다.

중국은 육류소비 급증으로 사육돼지수를 10년전 3억여마리에서 오는
2000년께 5억1천만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따라 사료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적인 예이다.

돼지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사료용 곡물은 무려 4kg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사료소비량은 지난해 8%나 증가했다.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브라질 등 고속성장하는 중진국 국민들은
육류소비를 날로 늘려가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닭고기 소비가 작년 한햇동안 20%나 증가했다.

이같은 소비추세로 밀과 옥수수 등 곡물의 세계 재고량은 93년
77일분에서 올해 48일분으로 떨어졌다.

이는 35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수출국들은 식량정책을 국익위주로
수정한데다 기상악화로 곡물공급은 악화되고 있어 식량위기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곡물값의 폭등세는 그 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현재의 수급상황에 비춰볼때 곡물값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며 각국은
물량확보전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같은 추세가 수년간 지속되면 식량수출국이 소비국들의 경제성장을
앞지르는 세계적인 부의 재편마저 예상된다.

최대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곡물값 폭등으로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곡물값은 지난 수십년간 안정세를 지속, 인플레를 감안한 미 농산물
가격은 75년부터 95년까지 40%나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옥수수와 밀값이 2배나 폭등, 이같은 추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일례로 지난1일 대만과 멕시코 등의 집중 구매로 곡물값은 하루만에
5%나 뛰었지만 다음날 내림폭은 2%에 불과했다.

이같은 폭등세를 바탕으로 미국은 올해 농산물교역에서 3백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댄글릭먼 농무장관은 "향후 10년간 곡물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해 흑자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곡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수년간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아
수출국과 수입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수입국의 저소득 가구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식량정책 및 기상악화 등 식량수급 환경은 수입국에 자꾸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60년만에 농업자유화법률을 시행, 가격 변동에 따라 수시로
작물전환이 가능하게 돼 안정적인 재고량이 감소할 것이다.

또 농부들이 재배를 외면하는 일부 곡물은 파동이 쉽게 닥칠 수도
있다.

주요 밀수출국인 유럽연합 (EU)은 수출관세를 부과, 공급사정을
악화시켰다.

기상이변으로 금년도 미국산 겨울밀 수확이 줄어들 전망이며 캐나다도
저온다습한 일기로 봄밀파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소련은 경제혼란으로 지난 5년간 생산량이 20%나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 수십년간 농산물가격 안정세로 각국이 증산연구 개발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 앞으로 증산노력에 박차를 가한다해도 결실을
맺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때문에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동국가들은 산업 투자자금 상당량을
식량구입비로 전용해야 할 처지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가 국내 식량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내전까지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식량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자급체제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했다.

대표적인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목되는 중국은 지난달 농업부문에
외자를 앞으로 5년간 70억달러를 끌어들이려는 구상을 발표했다.

다른 아시아 및 각국들도 식량증산을 위해 종자 농약 및 비료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입장이다.

또 이들 국가는 곡물의 적절한 저장 및 이동에 필요한 저장소 철도
고속도로 항만 등 간접자본 확충에도 투자를 늘려야만 한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