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농업정책이 최근 혁명적인
변혁기를 맞고 있다.

세계는 이변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초래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30년대이후부터 전통적으로 굳어졌던 정부주도의
농업보호주의를 청산하는 획기적인 농업법이 지난달 4일 발효됐다.

새 농업법의 취지는 간단하다.

농부가 작물 종류와 경작지 크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지금까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했으나 앞으로는 시장 메카니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기조의 변화는 정부가 농업보조금을 매개로 작물의 종류와
생산량을 조절해온 것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한데 따른 비판에서
나왔다.

미국 정부는 일정한 농산물 가격이 정부 지정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했왔다.

또 전년도 경작지를 기준으로 경작촉진보조금도 지급해왔다.

이같은 정부정책으로 농부들은 시장변화가 아닌 정부보조금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혈안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따라 새 농업법은 사탕수수나 땅콩같은 몇가지 작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품목에서 보조금 혜택을 거두어 들였다.

정부보조금이 없어지는 대신 농부들은 작물 교체나 경작지 크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새 법의 충격을 완화하기위해 오는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줄여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메카니즘 농업정책이 그대로 지속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정치적인 변수로인해 과거 보호주의 방식을 옹호하는 역행적인 조치가
속출하면서 새 농업법의 근본을 뒤흔들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우려다.

실제로 새 농업법이 발효된지 얼마 지난지 않았는데도 그런 우려감을
고조시키는 조치가 클린턴 정부로부터 나왔다.

미국 정부는 쇠고기 가격의 급락 사태를 우려해 정부가 쇠고기를
사들이는 법안을 이미 제출해 놓았다.

앞으로도 특정 작물의 가격이 급락해 농부들이 정부의 개입을 요구할
경우 의회가 과연 농부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래서 새 농업법이 제기능을 다 할 수 있는지는 바로 새 법을 만든
정치인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비아냥 거리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