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영화에 이어 만화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 (대표 이중구)은 3월초 애니메이션팀을 발족시키고
만화책 및 잡지 출간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 (채수삼)도 4월초 기획조정실안에
신사업추진팀을 신설, 만화잡지 및 단행본 출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동아 (대표 양성모) 역시 94년 시도했던
만화잡지사업 재개를 추진중이다.

삼성영상사업단 관계자는 "특정 잡지사에 대한 출자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프로젝트별로 자금을 지원, 판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금강기획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만화출판 및 애니메이션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

우선 우수한 시나리오와 캐릭터, 전속 만화작가 확보를 위해 만화잡지
및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금강기획 관계자는 "기존의 영화사업과 애니메이션.캐릭터사업을
연계시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만화출판시장이
좁은데다 유통질서마저 난맥상을 보여 어떤 식으로 진출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화출판업계에서는 금강기획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대원동화 서울문화사 등 기존의 전문업체와 손잡고 지분참여 등
우회적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말 "보이즈클럽"이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했다가 6개월여만에
폐간했던 두산동아는 "그간 만화시장이 다소 침체 상태였으나 최근
영상물과 CD롬, 컴퓨터게임에 필요한 캐릭터 수요가 급증, 다시 활성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단행본출판으로 얻어진 캐릭터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와 팬시용품 제작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만화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만화가 갖는 엄청난
파생효과 때문.

창작만화는 만화영화와 각종 캐릭터상품,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에서
최근에는 대규모 테마파크조성 등에까지 그 활용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계몽사 계열의 영프로덕션이 만화영화 "헝그리베스트5"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주)쌍용과 쌍용정보통신이 "전사 라이안" 제작에
참여하고, 제일제당의 제이콤애니메이션이 만화영화사업을 본격화 하는 등
관련기업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만화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화평론가 한창완씨는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만화관련
시장에서 출판물의 비중은 4,000억원 정도지만 만화잡지는 단시일내에
소재확보가 용이하고 인기 여부를 쉽게 검증할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며 "대기업들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참여에 따라 출판쪽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 고두현.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