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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인터뷰] 라그내 비르태룬드 <주한 노르웨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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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주한 외교가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홍일점 주한 대사인 라그내 비르태룬드 노르웨이 대사(47) 덕분이다.

    참사관이 된지 6년만에 곧바로 대사로 발탁될만큼 실력파 외교관인
    룬드대사는 일반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대사관을 동.서양간 만남의
    자리, 휴식의 공간으로 바꿔놓느라 여념이 없다.

    뮤직페스티벌을 열고 한.노르웨이의 만남을 정례화하는등 "문화외교"를
    앞세워 딱한 외교가에 부드러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문화적 친밀감이 경제등 모든 분야의 외교에 밑거름이 된다는 외교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17일 노르웨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갖가지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더욱
    분주한 룬드대사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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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임하신지 1년 남짓한데 정력적인 활동으로 벌써 외교가에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이후 바쁘게 보냈습니다.

    한국에 직접 와보니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발전을 피부로 느낄수
    있더군요.

    이렇게 역동적인 나라에서 대사로 일하게 된 것이 더없이 기쁩니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은 현재 국제화를 위해 세계무대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한국의 이런 세계화 물결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노르웨이간 유대를 강화해 가기에 딱 알맞은 분위기인 셈이지요.

    더욱이 한국과 노르웨이는 닮은점이 많습니다.

    우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산과 강이 많다는 지리적인
    공통점을 꼽을 수 있지요.

    한국에는 도자기, 노르웨이에는 유리공예가 발달해 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특히 과거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왔다는 역사적 배경은 양국의
    정서적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지난 1905년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5백년동안 줄곧
    외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문화및 역사적 공통점에 비춰볼때 정부차원에서 조금만 지원하면
    양국 국민들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양국간 관광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서로의 문화와 자연을 실제로 접하면 상대방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양국이 정기적으로 서로 문화접촉의 기회를 가진다면 경제문제등 현안을
    풀어 나가는데도 촉매제로 작용할테구요.

    이런 생각에서 노르웨이 대사관에서는 한국과 노르웨이간 만남을 위한
    문화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한국관계기관의 후원을 받아
    뮤직 페스티벌도 열었지요.

    앞으로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대학등 민간기관에도 문화교류를 확대하도록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올해도 몇몇 새로운 문화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가 계속 확대된다면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되고
    인간적 신뢰도 쌓여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바탕에서 경제적 협력도 자연히 강화될 것이구요"

    -노르웨이는 한국을 경제 파트너로 어느정도 위치에 놓고 있는지요.

    "노르웨이에게는 한국이 세번째로 큰 수출시장입니다.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죠.

    양국간 교역규모도 지난해 3백6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이가운데 노르웨이의 대한 수출규모는 전년보다 35%나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은 노르웨이에게 중요한 무역상대지요.

    노르웨이의 주요 산업으로는 석유, 천연가스등 에너지와 해양분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LNG기술은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앞서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픔질과 안전을 자랑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무엇보다도 중시합니다.

    그래서 자연히 환경과 안전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지요.

    한국도 조선, 해운등 해양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서로의 강점을 이용해서 양국의 연계를 강화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수
    있을 걸로 확신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15개의 노르웨이 기업들이 진출해 합작투자와 제휴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로 해양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입니다.

    따라서 근거지도 주로 부산과울산에 집중돼 있습니다.

    양국 기업들은 현재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해양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노르웨이 중소기업들이 한국기업과의 합작 사업및 투자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협력 관계가 해양분야를 발판으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양산업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국간 특별히 추진하는 사업이
    있습니까.

    "양국간 수산업 교역및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이달 30일 노르웨이
    수산부 차관이 방문합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노르웨이 기업과 노르웨이 수출위원회(NEC)및
    노르웨이 산업연합회(NCI)가 공동으로 한국과의 산업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지요"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이 노르웨이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면은 없습니까.

    "지난 94년 노르웨이는 EU가입 여부를 놓고 18세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투표결과 과반수 이상인 52%가 반대했지요.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탓에 노르웨이 국민들은 자주적인
    의사결정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EU가입에 반대표가 많았던 것도 이 영향인듯 합니다.

    EU에 가입할 경우 외부이 개입이 잦아져 자체 의사결정 권한이 상당히
    축소될 것을 우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EU가입을 또 다른 종속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지요.

    더욱이 노르웨이는 인구 4백만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경제구조는 꽤 탄탄한
    편입니다.

    그래서 EU가입의 필요성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습니다.

    EU회원국이 아닌데도 지난해에는 대EU수출규모가 94년보다 12% 늘어나는등
    경제도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EU라는 틀 속에 들어 가는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여론이
    우세합니다.

    EU에 가입하면 모든 분야에서 EU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비EU 회원국과
    독자적인 관계를 쌓아가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한계도 있다는
    얘기죠"

    -현재 한국정부에서는 "세계화"를 중점과제로 추진중입니다.

    한국의 세계화성적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요즘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눈에 띠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유럽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지요.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노르웨이는 한국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적극 지지합니다.

    한국과 노르웨이가 OECD라는 기구를 통해 경제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면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르웨이는 외교정책에 있어서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느냐를 중시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으로 유엔활동을 더욱
    적극화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노르웨이정부도 인권보호및 인류평화를 위한 유엔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같이 협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더 바라는게 있다면 완전한 시장개방을 통해 WTO에서도 한층 강력한
    위치를 확립했으면 하는 겁니다.

    한국의 세계화가 무르익어 알찬 열매를 거두려면 경제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이 불가결하지요"

    -한국에 주재하는 외교관중 유일한 여성대사인데 한국 여성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지.

    "한국은 짧은 기간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최고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지요.

    세계 12대 교역국이라는 성적에서도한국의 경제적 위치를 알수 있습니다.

    그런데 속도가 빠른 만큼 모든 면이 골고루 성장할 시간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놀란 점중에 하나는 여성들의 학력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높은 지적수준에 비해 공공기관이나 정부단체의 여성인력 비중은
    낮은 편이지요.

    여성들의 정치참여도 활발하지 못하구요.

    모든 것이 남성위주로 돼있습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정부와 정당, 공공기관에서는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요직중 4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웃나라인 스웨덴과 덴마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성들의 훌륭한 능력이 사장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점에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여성단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노르웨이 여성단체와의 교류도 추진해볼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저력에 비춰볼때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곧 늘어날 것으로 믿습니다.

    여성들의 참여가 사회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도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꼭 필요하니까요"

    -남성위주의 풍토때문에 여성대사로서 한국에서 활동하시기 불편하신 점도
    있을 텐데.

    "아직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은 기억은
    없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여성이라서 보다는 언어소통이 잘 않되서 생기는
    문제들이지요.

    한국과 노르웨이간 경제문제를 논의하거나 문화를 얘기할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서로의 생각을 정확하기 이해하기 힘들어지지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데도 시간이 걸리구요"

    -남은 임기동안 가장 중점을 둬서 추진하실 사항이 있다면.

    "주한 노르웨이 대사로서 중요한 임무라면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이슈들에
    대해 양국간 이해를 넓히고 공통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간 이해를 증진시켜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게 기본과제라고 할수
    있지요.

    한국과 노르웨이의 관계는 지금까지 무역등 경제적 교류에 한정돼
    왔습니다.

    양국간 우정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치차원의 정기적 교류가 특히
    중요합니다.

    사절단의 왕래등 정치적 교류를 통해야 양측 지도자가 관계를 돈독히
    다져가면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협력방안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실무차원의 협의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특히 노르웨이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파트너라도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신뢰를 중요시합니다.

    따라서 정치.문화적 유대강화는 경제관계를 긴밀히 하는데도 기초가
    됩니다.

    인간적으로 가까와지려면 원활한 의사소통도 필수적이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노르웨이정부는 경제협력과 정치적 대화, 문화협력등에
    대해 대아시아 관계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본국의 시책에 맞춰 한.노르웨이간 정치적 교류의 질을 한단계
    높이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노르웨이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주는게
    저의 주요 임무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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