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말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를 때 정책당국이 취한 대응방안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200만호 건설을 통한 공급물량 확대및 토지초과이득세
부과등 토지공개념 도입이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산업을 육성해
집을 부동산투기 대상이 아니라 주거생활 공간으로 인식케 하자는 것이었다.

적지 않은 부작용과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주택200만호 건설및 토초세
부과가 결과적으로 집값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비해 중장기대책인 임대주택산업 육성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집을 "소유에서 주거로"인식하자는 정책목표도 단순히 구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설교통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국토개발연구원이 지난 16일
민간 임대주택산업 육성방안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또한 육성방안의 내용도 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업체에 용적률을 높여주고
토지수용권을 허용하며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이 25.7평을 넘는 경우 집이
있는 사람도 입주할수 있게 하는등 수급 양쪽에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육성방안이 임대주택산업을 활성화시킬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며 적어도 다음의 두가지 여건조성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지속적인 집값안정및 주택물량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미친 듯한 부동산투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집값이 조금만 들먹여도 불안해지고 임대주택은 설 땅을
잃게 된다.

또한 선진국처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는 못해도 최소한 90%는 훨씬
넘어야 한다.

비록 내집은 아니지만 셋집이라도 많아야 집세가 안정되지 않겠는가.

다주택 소유자나 임대주택 사업자를 부동산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이
임대주택산업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집값및
주택수급이 여전히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다.

다른 하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임대주택산업에 대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는 미분양 때문에, 그리고 입주자는 목돈이 없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임시방편으로 활용할 뿐이지 임대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수백만 가구가 전-월세로 살고 있는데 이들의 주거생활 향상을
위한 대책은 없이 새로 대규모 민간 임대주택업자를 육성하자는 것은
미분양으로 곤경에 빠진 주택건설업계를 봐주자는 오해를 받을수 있다.

또한 섣불리 용적률을 올려주거나 상속세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자칫하면 환경파괴나 세정 동요만 불러올 염려가 크다.

특히 물가안정기조가 종착되지 못하고 부동산투기 우려가 남아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아울러 주택이 정말 주거생활의 공간으로 인식되려면 유지-보수-관리가
잘돼야 하는데 가뜩이나 부실 시공이 많은 데다 수선-보수가 잘되지 않으니
임대주택이 인기를 끌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민간 임대주택산업 육성도 좋지만 이보다 먼저 집값안정과 지속적인
주택공급 그리고 수많은 전-월세 가구의 주거생활 향상을 위한 대책마련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