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사자의 이빨사이에 물린 카스캔하나.

세로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카피한줄 "남자맥주-카스".

전면을 꽉 메우는 카스광고는 온통 "남성"적 이미지로 꽉차있다.

그 본능적 이미지는 "비열처리" "암반천연수" "적정온도" 등 지금껏
맥주광고에 등장했던 용어와 논리들을 압도한다.

카스가 타맥주와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 내놓은 남자맥주광고는 제품에
성을 부여,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광고전략을 채택했다.

이같이 사용자와 같은 성을 부각시켜 대상을 설득하는 것은 광고의
고전기법중 하나이다.

과거 말보로가 마일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친 서부를 달리는
카우보이광고를 제작,남성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전자제품 술 담배등 제품자체가 남성적 분위기인데다
소구대상도 남성인 제품들이 이같은 광고전략을 써왔다.

화면을 뚫고 나올듯이 힘차게 달리는 들소가 차로 변하는 무쏘광고,
어두운 태초의 현장에 번개가 내리치고 근육질의 남자가 TV를 번쩍
들어올리는 개벽TV광고가 모두 힘으로 대표되는 남성성을 부각시킨 예다.

"강자에겐 힘이 있다"는 세피아광고의 카피도 마찬가지.

남성을 부각시키는 광고에는 흔히 맹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남TV화왕의 경우 화면을 가득채운 호랑이와 그 울부짖음 소리가
어우러져 강한 제품력을 호소한다.

이같이 한쪽성만을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광고가 다른쪽을 완전히
소외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여성들에게 어필해 양쪽 소비자를
다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박중훈이 등장해 "남자의 가슴을 적신다" "촉촉하게 삽시다, 가을대추"를
외치는 가을대추광고의 끝에 미모의 여성이 살짝 웃으며 "여자는 촉촉하면
안되나요?"라고 맺는 멘트는 바로 한쪽을 강조하면서 다른 쪽도 끌어들이는
전형적 방법이다.

카스의 남자맥주 광고의도도 가정과 직장에서 풀죽은 남성, 힘잃은
남성들에게 용기와 전의를 북돋워 남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남성다움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끌어당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