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싸움의 불꽃이 일본 기업에게까지 튀게 됐다.

미국이 지난 15일 발표한 대중 무역재제 리스트에 휴대전화와
팩시밀리 등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조립하는 전자제품도 포함된 것.

엔고를 피해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피난" 시켜놨더니 미.중 지적재산권
다툼으로 뜻밖의 "습격"을 당하게 된 셈이다.

도시바는 현재 휴대전화를 중국에서 위탁 생산한뒤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은 연간 1억달러이상.

더욱이 이중 일부는 미국회사에 OEM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리코도 지난해말부터 상해에서 소형 팩시밀리 생산에 들어갔다.

생산량은 월 1만6천대.

미국이 6월17일 실제 대중 무역제재에 들어갈 경우 이들 양사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가려면 1백%의 관세를 물어야하게 된다.

대미 수출의 길은 사실상 막혀 버리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간접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역제재가 발동되면 중국 기업들은 수출 감소분을 보충하기 위해
내수시장 판매를 강화할테고 그렇게 되면 중국시장 개척에 나선 일본
기업들과의 치열한 가격 인하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때 본토행 러시를 이루며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간 대만
제조업체들도 큰 피해자다.

대만 대외무역위원회는 "본토에 진출한 대만 제조업자들은 현지
생산품의 대미 수출량중 60-70%에 해당하는 6억달러 정도를 손해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간 무역의 중계 역할을 하는 홍콩은 오히려 느긋하다.

미국의 대중무역제재 대상 품목 전부가 홍콩을 경우한다 해도 제재
영향은 홍콩 총 무역액의 1%에 불과 (케리증권)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경제대국간 싸움으로 이득을 볼 나라는 별로 없다.

세계 각국의 웬만한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쫓아 중국에 생산시설을
옮겨놓은 탓이다.

지난해처럼 마지막 순간에 협상이 타결, 무역전쟁만은 피하게 되기를
모든 관계자들이 바라는 것도 이래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