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과 해외사업부 수출2팀의 윤상용과장(38).

수출2팀의 팀장으로서 러시아 베트남 몽고시장등을 관장하고 있는 그는
수출실적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특이한 시장조사기법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제과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사람이다.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는 으례 현지출장이 선행된다.

실사팀이 대상지역으로 날아가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구매력, 그리고
경쟁사나 경합제품의 판매동향등을 체크한뒤 수출계획을 작성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윤과장은 시장개척의 필수코스라 할 수있는 해외출장조사를
생략했다.

대신 그는 서울의 이태원거리를 찾았다.

이태원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쇼핑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는 곳.

각양각색의 외국인들이 운집하는 곳인 만큼 한꺼번에 여러나라 사람들의
소비취향을 파악할 수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가 이태원거리에 나선 것은 지난 92년.

당시 한박스의 쵸코파이와 카달로그를 들고 이태원을 찾은 그는
"약장수"처럼 "쵸코파이 사세요"를 외친 끝에 한쌍의 러시아인 부부를
만나 즉석에서 3천박스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한다.

동양제과 수출2팀이 지난해 러시아에 내보낸 쵸코파이는 모두 70억원어치.

지난해 동양제가 총수출이 2백억원이었으니 러시아 쵸코파이 시장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쉽게 알수 있다.

그는 올해엔 한달에 40만박스씩 모두 4백80만박스 4억6천만개의
쵸코파이를 러시아에 팔 계획이다.

러시아 총인구가 1억5천만명이니 1인당 평균 4개의 초쿄파이를
먹게한다는게 그의 목표다.

"러시아인들은 한국은 몰라도 쵸코파이는 압니다"

적어도 러시아에서만큼은 쵸코파이가 코카콜라에 비견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 "한대지방 사람들이 칼로리가 높은 쵸코파이를 좋아한다는
점과 쵸코파이 값이 그들의 주머니사정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러시아시장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사회주의권 국민들이 붉은색을 선호한다는데 착안, 러시아에
나가는 쵸코파이에 대해선 포 장지를 빨간색으로 인쇄하는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러시아에 이어 그가 주목하고 있는 또하나의 시장은 베트남.

러시아처럼 크지는 않지만 가공식품이 많지않은 지역인데다 출산율이
높아 쵸코파이의 주고객인 어린이층이 넓어 개척의 여지가 충분하다는게
그의 판단.

"바이어와만날 때는 물건을 파는 것보다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 일에 더
주력한다는 윤상용과장은 "초코파이이 코카콜라처럼 메이드인 코리아를
알리는 선봉장이 될 날도 멀지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