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한
7.4%(상반기 7.3% 하반기 7.0%)보다 낮은 7.2%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 우려할 수준이며 물가불안 요인도
남아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다는게 문제가 아니고 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9.5% 하반기에는 8.0%로 낮아졌고 올해도
그런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것인지에
우리의 관심은 쏠린다.

올 성장률이 다소 낮아진다 해도 경기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한은의
시각이다.

비록 그러한 기대가 충족된다 해도 국제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올들어 3월까지 경상수지적자는 이미 41억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 경제운영 방향에서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50억~60억달러로
추정했고 한국은행은 당초 64억달러 적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한은의 수정전망에서는 올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79억달러
(상반기 74억달러 하반기 5억달러)로 예상했다.

우선 하반기 적자규모를 5억달러로 잡은 것은 문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은의 설명은 하반기에 수입이 큰 폭으로 둔화돼 무역수지(국제수지
기준)가 흑자로 돌아서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전환될 때 수입은
더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올해의 통관기준 수출증가율은 작년(30.3%)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4.3%(상반기 16.7% 하반기 10.4%), 수입증가율은 작년(32.0%)보다
크게 낮은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들어 수출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

특히 4월들어 통관기준 무역적자가 월간 최고치인 20억달러를 넘었다.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의 수출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이 어려움을 당하자 환율수준이 너무 낮다는 소리도 나왔다.

적정수준의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모르지 않지만 수출이
잘 안되는 탓을 환율에만 돌릴수는 없다.

무역외수지도 여행경비증가, 로열티와 대외 이자지급 등이 늘어나
눈덩어리처럼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다.

물가불안은 비단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은은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 7월부터 담배 유류등에 대한 교육세부과,
외자유입증대에 따른 통화증발압력, 지자체의 지역개발사업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가능성 때문에 물가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는 이런 요인 때문에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내부에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성장률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경상수지 역시 적자폭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경상수지를 기조적으로
개선할 생산성향상과 경쟁력강화를 가능케 하는 요인을 키워야 한다.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고려하지 않고 통계숫자로 경제의 흐름을 읽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