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의 증자를 앞두고 미국측 대주주인 BOA(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유지분매각이 종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미은행이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구주주에게 증자참여 권한을 주는
기준일(신주배정기준일)을 7월10일로 정함에 따라 BOA는 늦어도 오는
7월10일까지는 한미은행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을 매각하는 BOA입장에서는 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 결국 증자전에
주식을 처분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은행은 증자일정을 결정할때 두차례에 걸친 BOA의 신주배정기준일
연기요청을 받아들여 증자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10일이라는 신주배정기준일은 BOA가 지분매각을 완료할수 있다고 판단한
최종시한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최근 BOA가 대형법률회사인 K법률사무소에 지분매각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작업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 것도 지분매각이 임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 어느 그룹에서 지분을 인수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재정경제원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러차례
밝혀놓고 있다.

또 시행령개정안은 철회했지만 합작은행의 국내대주주가 외국인대주주
지분이상을 보유할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합작은행에는 국내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데다 향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개방의 속도가 빨라지면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대그룹들이 한미은행지분을 추가획득하는 것을 막을수
없을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은 BOA지분 인수를, 대우그룹은 장내지분매수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삼성그룹이 BOA의 한미은행지분(지분율10%)을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OA지분인수를 놓고 삼성그룹과 경합을 벌여왔던 대우측은 최근 주식시장
내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시관계자들은 현재 지분율이 9.59%인 대우그룹이 모두 1백50만주
(지분율 4.38%)의 한미은행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계사인 이수화학과 계열사인 대우전자 대우중공업등을 통해 1백30만주
(3.8%)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하면 BOA측의 교섭은 오히려 삼성그룹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BOA측이 한미은행의 증자일정을 늦춰 신주배정기준일을 7월로 넘긴 것도
삼성그룹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자 선정시기
(6월말예정)를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어느 기업이 BOA지분을 인수하든 한미은행은 주인이 있는 첫번째
시중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