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독선적인 경영이 국내 기업들이 부도를 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컨설팅 전문기관인 IBS컨설팅그룹은 지난해 부도를 낸 1만3천여개 기업의
특성을 조사한 결과 <>창업자의 독선적인 경영권 행사 <>비전부재
<>관리시스템 부재 <>과잉투자 등을 기업 부도의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IBS는 창업자 독선적인 경영과 관련, 경영자 한명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부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설명했다.

IBS는 최근 부도를 낸 소프트웨어업체인 A기업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 회사 K사장은 지난 90년 1억원으로 창업했다.

당시 컴퓨터 관련업종이 호황이어서 별 어려움 없이 회사를 키워왔다.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연평균 80%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올초 신입사원 10명을 신규채용하고 설비도 확충했다.

직원 50명에 연매출 70억원의 그럴듯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K사장은 6년전과 똑같은 경영스타일을 고집했다.

생산에서부터 영업 판매 인사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는 것이다.

심지어 간부들은 회사돈 1천원을 사용하는데도 사장의 결재를 받아할
정도였다.

과장 부장 임원이 있었지만 이들이 행사할 수있는 권한은 전무항
상태였다.

올초 일부 간부를 비롯한 일부직원이 이에 불만을 갖고 회사를 거만
뒀다.

이들의 퇴사는 곧바로 생산차질로 이어졌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자 K사장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올초 설비확충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기는 커녕 자금압박이 가중됐고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최정철 본부장은 "기업이 창업기에서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조직규모가
커지는 것에 맞춰 권한의 하부이양을 하지 않은 게 이 회사가 부도를
낸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창업자의 독선적인 경영은 나아가 회사 비전에 대한 구성원들간의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해 구성원들의 지향점이나 구심점을 잃게 만들고
부서간 이기주의라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A기업은 또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은 기업일수록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식화되고 제도화된 관리체계가 없다면 자금흐름, 인력운영, 재고누적
등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해결한다 하더라도 전사적 관리시스템 차원에서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시방편적일 뿐이다.

또 분권화를 통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시설투자는 그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기 일쑤다라고
IBS는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주위환경변화로 신규투자설비가 유휴화되는 경우 이는
곧바로 부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IBS컨설팅은 지난해 부도를 낸 1만3천여개 기업중 재기에 성공한
기업은 1백12개사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관리체계 부재형의 부도기업이
회생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최근 기업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인 CR(Corporate
Reconstruction)사업본부를 발족,본격적인 재건 컨설팅사업에 나서고
있다.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