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C 대경쟁시대] (4) 대우그룹 기조실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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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 항해에 나선 대우호는 요즘 잠수중인 느낌이다.
대우의 행동반경에선 옛날처럼 요란한 물보라를 느낄 수 없다.
김우중회장은 유럽에만 머물고 가끔 국내에 들어올 때도 소리없이 있다
나간다.
대회전이 예상됐던 PCS사업자 선정전에서도 슬그머니 링 아래로
내려가더니 싸움 상대를 바꿨다.
다른 그룹들은 21세기를 준비한다고 야단들인데 대우는 재작년에 내놓은
2000년까지의 중기계획외에는 일언반구가 없다.
그럼에도 대우호의 스크류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럽에선 대우차의 공격적 진출이 화제다.
북한에는 어느틈엔가 민족산업총회사라는 합작회사도 세웠다.
이런 대우의 모습에 "베일"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김우중회장은 유럽에서 무얼 하고 다니는 걸까.
그 많은 투자자금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대우호의 21세기 좌표는 무엇인가 등등.
국내에서 김회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고 있는 박용근비서실장이 그 베일
속을 살짝 들춰줬다.
< 편집자 >
======================================================================
[ 만난사람 = 유화선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대우는 21세기에도 역시 세계경영이겠지요.
<> 박용근실장 = 물론입니다.
대우는 태생부터가 해외지향형 기업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경영은 우리 대우에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경영은 어떤 목표 아래서 추진됩니까.
<> 박실장 = 한마디로 경영자원을 범세계적인 관점에서 최적상태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각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해외사업장도 꽤 많이 늘려야겠지요.
<> 박실장 = 대우는 현재 전세계에 400여개의 경영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습니다.
이것을 오는 2000년에는 1,000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카루스 패러독스같은 염려는 없습니까.
세계경영에 도취돼 한없이 날다가 추락하는 우를 범하면 어떻게 합니까.
<> 박실장 = 해외사업장이 너무 많아지면 관리가 부담스러워 질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해외경영이 인재와 금융 정보네트워크로 연결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게 바로 세계경영전략의 핵심입니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교수의 말을 빌리면 "가치연쇄( value chain )의
분산과 조정"이지요.
이게 이뤄지면 해외사업장 확대는 경쟁우위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경쟁우위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 박실장 = 우선은 규모의 경제성이지요.
해외사업장이 늘어나면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게고..
날로 늘어가는 연구개발비 부담면에서도 유리할 것입니다.
경영자원을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범위의 경제성도 기대됩니다.
또 한 곳에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1,000개 네트워크로
확대하면 "학습 경제성"도 대단하겠지요.
-한 지역에서의 학습효과가 "문화장벽"도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
예컨대 노무관리같은 것 말입니다.
대우는 파키스탄 등의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습니다만
얼마전 루마니아 로대공장에서도 또 파업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 박실장 = 대우가 그동안 현지인의 정서라든가 문화적 환경에 다소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걸 간과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우는 지금 지역별로 노사관계나 풍토같은 것을 세밀히
분석중입니다.
-투자자금에 애로는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대우의 해외투자자금을 전부 합치면 200억달러도 넘는다는데.
<> 박실장 = 대우의 해외투자는 대부분이 합작형태입니다.
대우 지분율은 50%를 조금 넘는 선이고요.
이중 일부는 현지정부의 보증을 통해, 나머지는 이윤재투자 등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또 대우는 일찍부터 해외금융시장에서 신용도를 쌓았기 때문에 해외기채가
수월한 편입니다.
200억달러가 넘는다는 건 총투자금액입니다.
이 돈을 일시에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몇년에 걸쳐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자금소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자금을 들고 나가지 않을 수 없을텐데요.
대우계열사중에는 "달러 박스"도 별로 없지 않습니까.
<> 박실장 = 최근 몇년사이 대우의 수익력은 꽤 좋아졌습니다.
조선의 경우 한동안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 3~4년간은 연간
3,000억원 정도씩 이윤을 내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어려웠다가 작년부터 흑자기조로 바뀐 상태고.
밖에서 보기보다 재무상태는 건전합니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요즘 "동구경영"으로 변질된 느낌마저 듭니다.
동구에 매달리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박실장 = 유럽에 있는 KPMG연구 소 연구원이 했던 말로 대신
답할까요.
"한국기업들은 동구권을 EU 로 통하는 뒷문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구국가들도 결국 EU 에 편입될 것이기때문이지요.
자금흐름을 봐도 그의 분석은 상당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방자본의 흐름은 두갈래이니까요.
하나는 NICS 에서 시작돼 동남아와 중국을 거쳐 이제 막 인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다른 한 갈래는 동구권으로 흐르고 있지요.
동구는 유럽의 뒷문이고 대우는 지금 그 뒷문을 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동구권은 아직 소득수준이 낮고 따라서 "마켓 사이즈"도
작지 않습니까.
<> 박실장 = 전체적인 마켓 사이즈는 작지만 차에 대한 수요는 매우
큰 편입니다.
특히 중소형 차종을 많이 삽니다.
잠재적 수요도 많고요.
-중소형차가 많이 팔린다지만 "대우차는 너무 싸다"는 문제가 있다고들
합니다.
한국제품 전반에 대한 이미지나 통상문제같은 건 생각 않습니까.
<> 박실장 = 시장진출 초기에는 우선 셰어확보가 급선무입니다.
또 지금은 세계 자동차시장에도 가격파괴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네온"만 봐도 9,000달러가 채 안됩니다.
미국차로는 파격적인 가격이지요.
-동구는 그렇다치고 서유럽쪽에선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사 인수가
무산됐지요.
또 영국 로터스사 인수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리고.
이러다간 "뒷문"만 열고 막상 들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요.
<> 박실장 = 자동차의 세계경영은 크게 보아 서구는 연구조직 중심,
동구는 생산조직 중심으로 이원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사 인수를
추진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쪽에서 뒤늦게 기술인력은 인수대상에서 뺄 것을 요구해
무산된 것입니다.
영국 로터스사와의 인수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요.
-이원화 전략이라면 분산형과 통합형으로 구별되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형태중 어느쪽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 박실장 = 굳이 따지자면 통합형에 가까울 겁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완전분산도 완전통합도 아닌 지역별 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구에는 연구조직, 동구에는 생산조직을 구축한다는 것도 유럽지역내에서
통합형 경영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우는 북한진출에도 앞서가고 있는데 이것도 세계경영의 일환인가요.
<> 박실장 = 북한도 엄연한 하나의 신흥시장입니다.
그래서 대우가 가장 먼저 남포공단내에 민족산업총회사를 설립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조심스런 시장임에 틀림없고, 때문에 북한문제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족산업총회사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 박실장 = 약 1,300명이 셔츠 블라우스 가방같은 것을 생산하게
됩니다.
연간 외형은 올해의 경우 3,500만달러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과실송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습니까.
<> 박실장 = 투자자금 송금은 홍콩이나 북경을 통해 보내고 있습니다만
과실송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대우는 북한에서 과실을 따면 송금해오기보다는 당분간 북한사업에
돌릴 계획입니다.
-세계경영을 원활히 하려면 "김우중회장 원맨 경영"으로는 아무래도..
<> 박실장 = 그래서 올해부터 소그룹제를 도입한 것 아닙니까.
-그 소그룹제라는 게 오너회장외에 총괄회장이 있고 또 소그룹회장이
있고..이건 옥상옥 아닙니까.
<> 박실장 = 이해하기 나름이겠지요.
오너가 경영전반을 지휘하는 종래의 체제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요즘의
경영여건에는 장애요인입니다.
그래서 어느 선을 그어 갖고 그 이하는 일선의 소그룹회장과 사장들이
결정토록 한 겁니다.
-대우는 소그룹제를 도입하고 나서 발탁인사도 많이 했지만 "직급
인플레"가 심하게 일어난 것도 사실이지요.
<> 박실장 = 오는 2000년에 가면 우리 그룹의 해외법인수가 600개가
됩니다.
해외법인 한 곳에 임원 2명씩만 보내도 1,200명이니 임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나이든 임원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계획입니다.
신흥시장에 신출내기를 내보내서야 경영을 해내겠습니까.
산전수전 다겪은 나이든 중역이 나가야 그 시장에 맞는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개발연대 경험도 살리고..김회장께서 자주 해외에 체류하는
것도 스스로 모범을 보이자는 뜻이 있는거죠.
-김회장은 해외 어디에서 주로 묵습니까.
<> 박실장 = 유럽내 자동차거점인 폴란드에 많이 나가 계십니다.
-실장이 보는 김회장은 어떤 분입니까.
<> 박실장 = 회장의 저서 제목 그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분"이지요.
소유보다 성취에 가치를 두는 분이고요.
-소유 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김회장은 88년 대우재단에 주식을
출연하면서 "나는 주식이 없다"고 했는데 지난번 비자금사건때는
또 "다 내놓겠다"고 했지요.
그때 다 내놨는데 또 뭐가 생겼단 말입니까.
<> 박실장 = 김회장의 지분은 1.8%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큰 그룹중에서 솔직히 이렇게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가
어디 있습니까.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
대우의 행동반경에선 옛날처럼 요란한 물보라를 느낄 수 없다.
김우중회장은 유럽에만 머물고 가끔 국내에 들어올 때도 소리없이 있다
나간다.
대회전이 예상됐던 PCS사업자 선정전에서도 슬그머니 링 아래로
내려가더니 싸움 상대를 바꿨다.
다른 그룹들은 21세기를 준비한다고 야단들인데 대우는 재작년에 내놓은
2000년까지의 중기계획외에는 일언반구가 없다.
그럼에도 대우호의 스크류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럽에선 대우차의 공격적 진출이 화제다.
북한에는 어느틈엔가 민족산업총회사라는 합작회사도 세웠다.
이런 대우의 모습에 "베일"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김우중회장은 유럽에서 무얼 하고 다니는 걸까.
그 많은 투자자금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대우호의 21세기 좌표는 무엇인가 등등.
국내에서 김회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고 있는 박용근비서실장이 그 베일
속을 살짝 들춰줬다.
< 편집자 >
======================================================================
[ 만난사람 = 유화선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대우는 21세기에도 역시 세계경영이겠지요.
<> 박용근실장 = 물론입니다.
대우는 태생부터가 해외지향형 기업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경영은 우리 대우에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경영은 어떤 목표 아래서 추진됩니까.
<> 박실장 = 한마디로 경영자원을 범세계적인 관점에서 최적상태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각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해외사업장도 꽤 많이 늘려야겠지요.
<> 박실장 = 대우는 현재 전세계에 400여개의 경영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습니다.
이것을 오는 2000년에는 1,000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카루스 패러독스같은 염려는 없습니까.
세계경영에 도취돼 한없이 날다가 추락하는 우를 범하면 어떻게 합니까.
<> 박실장 = 해외사업장이 너무 많아지면 관리가 부담스러워 질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해외경영이 인재와 금융 정보네트워크로 연결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게 바로 세계경영전략의 핵심입니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교수의 말을 빌리면 "가치연쇄( value chain )의
분산과 조정"이지요.
이게 이뤄지면 해외사업장 확대는 경쟁우위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경쟁우위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 박실장 = 우선은 규모의 경제성이지요.
해외사업장이 늘어나면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게고..
날로 늘어가는 연구개발비 부담면에서도 유리할 것입니다.
경영자원을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범위의 경제성도 기대됩니다.
또 한 곳에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1,000개 네트워크로
확대하면 "학습 경제성"도 대단하겠지요.
-한 지역에서의 학습효과가 "문화장벽"도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
예컨대 노무관리같은 것 말입니다.
대우는 파키스탄 등의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습니다만
얼마전 루마니아 로대공장에서도 또 파업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 박실장 = 대우가 그동안 현지인의 정서라든가 문화적 환경에 다소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걸 간과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우는 지금 지역별로 노사관계나 풍토같은 것을 세밀히
분석중입니다.
-투자자금에 애로는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대우의 해외투자자금을 전부 합치면 200억달러도 넘는다는데.
<> 박실장 = 대우의 해외투자는 대부분이 합작형태입니다.
대우 지분율은 50%를 조금 넘는 선이고요.
이중 일부는 현지정부의 보증을 통해, 나머지는 이윤재투자 등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또 대우는 일찍부터 해외금융시장에서 신용도를 쌓았기 때문에 해외기채가
수월한 편입니다.
200억달러가 넘는다는 건 총투자금액입니다.
이 돈을 일시에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몇년에 걸쳐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자금소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자금을 들고 나가지 않을 수 없을텐데요.
대우계열사중에는 "달러 박스"도 별로 없지 않습니까.
<> 박실장 = 최근 몇년사이 대우의 수익력은 꽤 좋아졌습니다.
조선의 경우 한동안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 3~4년간은 연간
3,000억원 정도씩 이윤을 내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어려웠다가 작년부터 흑자기조로 바뀐 상태고.
밖에서 보기보다 재무상태는 건전합니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요즘 "동구경영"으로 변질된 느낌마저 듭니다.
동구에 매달리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박실장 = 유럽에 있는 KPMG연구 소 연구원이 했던 말로 대신
답할까요.
"한국기업들은 동구권을 EU 로 통하는 뒷문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구국가들도 결국 EU 에 편입될 것이기때문이지요.
자금흐름을 봐도 그의 분석은 상당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방자본의 흐름은 두갈래이니까요.
하나는 NICS 에서 시작돼 동남아와 중국을 거쳐 이제 막 인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다른 한 갈래는 동구권으로 흐르고 있지요.
동구는 유럽의 뒷문이고 대우는 지금 그 뒷문을 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동구권은 아직 소득수준이 낮고 따라서 "마켓 사이즈"도
작지 않습니까.
<> 박실장 = 전체적인 마켓 사이즈는 작지만 차에 대한 수요는 매우
큰 편입니다.
특히 중소형 차종을 많이 삽니다.
잠재적 수요도 많고요.
-중소형차가 많이 팔린다지만 "대우차는 너무 싸다"는 문제가 있다고들
합니다.
한국제품 전반에 대한 이미지나 통상문제같은 건 생각 않습니까.
<> 박실장 = 시장진출 초기에는 우선 셰어확보가 급선무입니다.
또 지금은 세계 자동차시장에도 가격파괴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네온"만 봐도 9,000달러가 채 안됩니다.
미국차로는 파격적인 가격이지요.
-동구는 그렇다치고 서유럽쪽에선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사 인수가
무산됐지요.
또 영국 로터스사 인수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리고.
이러다간 "뒷문"만 열고 막상 들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요.
<> 박실장 = 자동차의 세계경영은 크게 보아 서구는 연구조직 중심,
동구는 생산조직 중심으로 이원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사 인수를
추진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쪽에서 뒤늦게 기술인력은 인수대상에서 뺄 것을 요구해
무산된 것입니다.
영국 로터스사와의 인수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요.
-이원화 전략이라면 분산형과 통합형으로 구별되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형태중 어느쪽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 박실장 = 굳이 따지자면 통합형에 가까울 겁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완전분산도 완전통합도 아닌 지역별 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구에는 연구조직, 동구에는 생산조직을 구축한다는 것도 유럽지역내에서
통합형 경영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우는 북한진출에도 앞서가고 있는데 이것도 세계경영의 일환인가요.
<> 박실장 = 북한도 엄연한 하나의 신흥시장입니다.
그래서 대우가 가장 먼저 남포공단내에 민족산업총회사를 설립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조심스런 시장임에 틀림없고, 때문에 북한문제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족산업총회사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 박실장 = 약 1,300명이 셔츠 블라우스 가방같은 것을 생산하게
됩니다.
연간 외형은 올해의 경우 3,500만달러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과실송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습니까.
<> 박실장 = 투자자금 송금은 홍콩이나 북경을 통해 보내고 있습니다만
과실송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대우는 북한에서 과실을 따면 송금해오기보다는 당분간 북한사업에
돌릴 계획입니다.
-세계경영을 원활히 하려면 "김우중회장 원맨 경영"으로는 아무래도..
<> 박실장 = 그래서 올해부터 소그룹제를 도입한 것 아닙니까.
-그 소그룹제라는 게 오너회장외에 총괄회장이 있고 또 소그룹회장이
있고..이건 옥상옥 아닙니까.
<> 박실장 = 이해하기 나름이겠지요.
오너가 경영전반을 지휘하는 종래의 체제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요즘의
경영여건에는 장애요인입니다.
그래서 어느 선을 그어 갖고 그 이하는 일선의 소그룹회장과 사장들이
결정토록 한 겁니다.
-대우는 소그룹제를 도입하고 나서 발탁인사도 많이 했지만 "직급
인플레"가 심하게 일어난 것도 사실이지요.
<> 박실장 = 오는 2000년에 가면 우리 그룹의 해외법인수가 600개가
됩니다.
해외법인 한 곳에 임원 2명씩만 보내도 1,200명이니 임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나이든 임원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계획입니다.
신흥시장에 신출내기를 내보내서야 경영을 해내겠습니까.
산전수전 다겪은 나이든 중역이 나가야 그 시장에 맞는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개발연대 경험도 살리고..김회장께서 자주 해외에 체류하는
것도 스스로 모범을 보이자는 뜻이 있는거죠.
-김회장은 해외 어디에서 주로 묵습니까.
<> 박실장 = 유럽내 자동차거점인 폴란드에 많이 나가 계십니다.
-실장이 보는 김회장은 어떤 분입니까.
<> 박실장 = 회장의 저서 제목 그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분"이지요.
소유보다 성취에 가치를 두는 분이고요.
-소유 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김회장은 88년 대우재단에 주식을
출연하면서 "나는 주식이 없다"고 했는데 지난번 비자금사건때는
또 "다 내놓겠다"고 했지요.
그때 다 내놨는데 또 뭐가 생겼단 말입니까.
<> 박실장 = 김회장의 지분은 1.8%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큰 그룹중에서 솔직히 이렇게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가
어디 있습니까.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