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강화로 '검토청' 탈피해야" .. 중기청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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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문을 연지 100일이 됐다.
빈사상태에 허덕이는 중소업체를 소생시키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중기청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
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점검해 본다.
"중소기업청이 금융기관에 신용평가제를 통한 신용대출확대를
요청했다기에 은행문을 두드렸으나 담당자는 부도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일축합디다.
개청이후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전혀 느낄수 없습니다"(서울소재
가방업체 K사장)
"그동안 수많은 공무원을 접해봤지만 중기청 직원들처럼 열심히 뛰는
공무원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중기청이 힘을 낼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이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합니다"(가구연합회 구자운전무)
중기청이 21일로 개청 1백일을 맞았다.
하지만 중기청에 대한 평가만큼 상반된 것도 드물다.
전혀 달라진게 없다는 부정적인 지적에서 휴일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뛰는 모습에 이제 중소기업정책에 기대를 걸수 있게 됐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부정적인 지적은 <>권한이 없다 <>대책이 힘있게 시행되지 못한다
<>통산부 중기청 중진공의 업무구분이 모호하다 <>중기청 직원들이
아직 중소기업문제에 대해 잘모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기청은 1월초 대통령의 설립추진 발표이후 전광석화처럼 작업이
이뤄져 2월12일 모습을 드러냈다.
공진청을 주축으로 인원을 보강, 산하에 4개 지방청 7개 지방사무소를
거느린 9백43명의 적지않은 인원으로 발족했다.
인원과 조직은 완비됐지만 권한은 별로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 하루 2백50명씩 몰리던 민원인들이 요즘엔 썰물빠지듯
줄어 80명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 민원의 핵심은 자금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편성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느닷없이 중기청이 출범해
중기청 사업이란 결국 중진공등 기존 기관이 벌이는 사업의 재포장에
지나지 않지요"(남동공단소재 전기업체의 S사장)
일부 사업은 발표와는 달리 재원이 없어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있다.
"공동상표를 육성하기 위해 3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중기청의 발표를
보고 집행을 맡은 중진공을 찾았으나 재원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 중소기업인은 말한다.
권한이 없다보니 건의를 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자주 해
"중기청=검토청"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마저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통산부 중기청 중진공간의 업무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인 단체수의계약과 고유업종제도의 경우
품목지정은 통산부, 운용은 중기청으로 업무가 구분돼 있지만 조합들은
품목의 지정및 운용과 관련해 어느 한기관만을 상대할수 없는게 현실이다.
공제기금이나 외국인력수입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업무는 그전엔 통산부와 얘기를 하면 됐으나 지금은 두기관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직원들이 공진청에 몸담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중기청으로 소속이
바뀌다보니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중소기업사무소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랫동안 품질검사나 비교평가를 담당하던 사람에게
금융이나 세제 인력 입지등 중소기업문제를 교육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부정적인 지적에 대해 중기청의 장지종지원총괄국장은 "중기청이
모든 권한을 가질수는 없다"며 중기청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취합, 합리적인
내용은 해결되도록 열심히 뛰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중소기업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권한을 모두
갖는다면 "작은 정부"가 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통산부와의 업무구분도 명확하다고 반박한다.
타부처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거나 전체 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할 사항은 통산부가 맡되 여타 업무는 모두 중기청으로
일원화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중기청의 공무원들은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열심히 뛰고
있으나 민원이 다양하고 업체도 2백40만개나 돼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청 사람들이 부지런히 뛰고 있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가구연합회와 싱크조합의 민원해결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주공이 가구발주물량의 대부분을 자회사인 한양목재로 돌리자 그동안
납품해온 중소가구업체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했다며 아우성쳤다.
꿈쩍도 하지 않던 주공이 중기청 간부의 세차례에 걸친 끈질긴 방문과
집요한 지원요청에 그만 손을 들었다.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직면한 자동차부품업체가 중기청의 도움으로
추가 여신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는등 중기청의 알선으로 위기를 넘긴
업체도 줄을 잇고 있다.
이제 젖먹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중소기업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것인가.
이에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현장중시 <>중장기 정책방향설정
<>규제완화 <>권한강화 등을 꼽는다.
이대길지함조합이사장은 "중기청은 무엇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선 실무자는 물론이고 고급간부들도 책상에서 정책을 짜내려 하지말고
반월 남동공단의 업체들을 직접 다녀보고 왜 그렇게 많은 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지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서한국특수화학사장은 중장기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시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기업들이 미래에 대응할수 있다"며
"금융 인력 환경문제를 비롯,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선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언제까지 풀것인지를 예시해
기업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최동규중소기업연구원부원장도 "국내 행정조직이 기능별로 구성돼
있어 중기청에 힘을 실어주는게 어렵다해도 중기청을 미국과 같이
대통령직속으로 두거나 부처로 격상시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게
필요하다"고 위상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소기업청(SBA)은 대통령 직속으로 중소기업의 현실과 대책을
직접 보고하며 전부처의 정책수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기청의 지난 1백일은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서 싸운 것같은 고난의
연속이랄수 있다.
"열심히 해도 중소기업으로부터 좋은 소리를 못듣는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너무도 어려움이 많다.
하루라도 빨리 타부처로 빠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한 직원의 토로가
이들의 심정의 일단을 대변한다.
너무 닦달하지 말고 지켜보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아량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
빈사상태에 허덕이는 중소업체를 소생시키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중기청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
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점검해 본다.
"중소기업청이 금융기관에 신용평가제를 통한 신용대출확대를
요청했다기에 은행문을 두드렸으나 담당자는 부도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일축합디다.
개청이후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전혀 느낄수 없습니다"(서울소재
가방업체 K사장)
"그동안 수많은 공무원을 접해봤지만 중기청 직원들처럼 열심히 뛰는
공무원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중기청이 힘을 낼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이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합니다"(가구연합회 구자운전무)
중기청이 21일로 개청 1백일을 맞았다.
하지만 중기청에 대한 평가만큼 상반된 것도 드물다.
전혀 달라진게 없다는 부정적인 지적에서 휴일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뛰는 모습에 이제 중소기업정책에 기대를 걸수 있게 됐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부정적인 지적은 <>권한이 없다 <>대책이 힘있게 시행되지 못한다
<>통산부 중기청 중진공의 업무구분이 모호하다 <>중기청 직원들이
아직 중소기업문제에 대해 잘모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기청은 1월초 대통령의 설립추진 발표이후 전광석화처럼 작업이
이뤄져 2월12일 모습을 드러냈다.
공진청을 주축으로 인원을 보강, 산하에 4개 지방청 7개 지방사무소를
거느린 9백43명의 적지않은 인원으로 발족했다.
인원과 조직은 완비됐지만 권한은 별로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 하루 2백50명씩 몰리던 민원인들이 요즘엔 썰물빠지듯
줄어 80명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 민원의 핵심은 자금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편성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느닷없이 중기청이 출범해
중기청 사업이란 결국 중진공등 기존 기관이 벌이는 사업의 재포장에
지나지 않지요"(남동공단소재 전기업체의 S사장)
일부 사업은 발표와는 달리 재원이 없어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있다.
"공동상표를 육성하기 위해 3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중기청의 발표를
보고 집행을 맡은 중진공을 찾았으나 재원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 중소기업인은 말한다.
권한이 없다보니 건의를 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자주 해
"중기청=검토청"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마저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통산부 중기청 중진공간의 업무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인 단체수의계약과 고유업종제도의 경우
품목지정은 통산부, 운용은 중기청으로 업무가 구분돼 있지만 조합들은
품목의 지정및 운용과 관련해 어느 한기관만을 상대할수 없는게 현실이다.
공제기금이나 외국인력수입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업무는 그전엔 통산부와 얘기를 하면 됐으나 지금은 두기관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직원들이 공진청에 몸담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중기청으로 소속이
바뀌다보니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중소기업사무소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랫동안 품질검사나 비교평가를 담당하던 사람에게
금융이나 세제 인력 입지등 중소기업문제를 교육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부정적인 지적에 대해 중기청의 장지종지원총괄국장은 "중기청이
모든 권한을 가질수는 없다"며 중기청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취합, 합리적인
내용은 해결되도록 열심히 뛰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중소기업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권한을 모두
갖는다면 "작은 정부"가 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통산부와의 업무구분도 명확하다고 반박한다.
타부처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거나 전체 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할 사항은 통산부가 맡되 여타 업무는 모두 중기청으로
일원화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중기청의 공무원들은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열심히 뛰고
있으나 민원이 다양하고 업체도 2백40만개나 돼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청 사람들이 부지런히 뛰고 있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가구연합회와 싱크조합의 민원해결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주공이 가구발주물량의 대부분을 자회사인 한양목재로 돌리자 그동안
납품해온 중소가구업체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했다며 아우성쳤다.
꿈쩍도 하지 않던 주공이 중기청 간부의 세차례에 걸친 끈질긴 방문과
집요한 지원요청에 그만 손을 들었다.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직면한 자동차부품업체가 중기청의 도움으로
추가 여신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는등 중기청의 알선으로 위기를 넘긴
업체도 줄을 잇고 있다.
이제 젖먹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중소기업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것인가.
이에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현장중시 <>중장기 정책방향설정
<>규제완화 <>권한강화 등을 꼽는다.
이대길지함조합이사장은 "중기청은 무엇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선 실무자는 물론이고 고급간부들도 책상에서 정책을 짜내려 하지말고
반월 남동공단의 업체들을 직접 다녀보고 왜 그렇게 많은 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지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서한국특수화학사장은 중장기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시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기업들이 미래에 대응할수 있다"며
"금융 인력 환경문제를 비롯,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선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언제까지 풀것인지를 예시해
기업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최동규중소기업연구원부원장도 "국내 행정조직이 기능별로 구성돼
있어 중기청에 힘을 실어주는게 어렵다해도 중기청을 미국과 같이
대통령직속으로 두거나 부처로 격상시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게
필요하다"고 위상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소기업청(SBA)은 대통령 직속으로 중소기업의 현실과 대책을
직접 보고하며 전부처의 정책수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기청의 지난 1백일은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서 싸운 것같은 고난의
연속이랄수 있다.
"열심히 해도 중소기업으로부터 좋은 소리를 못듣는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너무도 어려움이 많다.
하루라도 빨리 타부처로 빠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한 직원의 토로가
이들의 심정의 일단을 대변한다.
너무 닦달하지 말고 지켜보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아량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