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휘 대만 총통은 20일 대만 최초의 민선총통에 취임하는 자리에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외교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이등휘 총통은 대북 도원스타디움에서 중남미와 아프리카
태평양 연안 9개국의 국가원수를 비롯한 3백여명의 외국축하사절단과
1만5천여명의 내국민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취임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총통은 "대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륙에 평화여행을 해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와 만나고 싶다"며 방중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하는 등 양안 긴장 해소를 위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이총통의 취임 연설은 지난3월의 선거를 계기로 절정에 달했던
양안간 긴장상태를 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대내외에 표명한
것으로 앞으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총통이 양안관계 개선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의 최대 변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업률을 평상
수준으로 돌리고 외환유출에 제동을 걸며 기업의 신규 투자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이같은 필요에따라 이총통은 취임전에 이미 몇가지 대중관계 개선안을
공표해 놓았다.

대만 기업의 대중투자 2건을 승인했으며 중국측이 요구해온 삼통(통항
통상 통신)외에 금융업무를 새로 허가하는 등 교류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웅과 중등 2개항을 양안경제특구로 개발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보인 단계다.

그러나 중국을 향한 이총통의 화해 제스처가 성과를 제대로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내외적으로 대만을 중국으로 부터 분리독립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측도 대만의 독립포기와 유엔복귀시도 및
제3국과의 외교관계수립노력 중단 등을 화해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해온
실정이다.

이총통의 취임식에 앞서 대북에서는 1만명이상이 대만의 분리 독립을
외치며 총통의 대중국 화해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와같은 시위대의 외침은 민선 이총통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예고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영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