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서 발족 100일이 된 중소기업청을 정부의 선전대로 "새롭게 변모한
중소기업 종합지원 행정센터"로 자리매김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평가다.

정부는 어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중소기업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우영 중기청장이 보고한 중기제품 전용상품전 발행등의 지원정책을
추진키로 하는등 중기청의 위상강화에 애쓰는 모습이지만 애써 차린 100일
잔칫상도 중소기업의 한숨앞에 빛이 바랠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중기청의 100일 과정은 중기문제의 해결이 말이나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당초 중기청은 충분한 예산과 실질적인 권한이 뒷바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부랴부랴 설립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출범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으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중기청이 그동안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추진해온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협의회를 설치, 중기공제사업제도 개편등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 냈는가 하면 최근에는 법제처와 합동으로 대대적인 중기규제완화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등이 대표적 예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을 중기청 스스로 결정하거나 집행할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융지원협의회만 하더라도 결정사항은 강제력이 없어 금융기관에 협조를
부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부사업은 발표와는 달리 재원이 없어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많다.

중기청 출번 초기에 하루 250여명씩 몰리던 민원인들이 요즘엔 80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소식이 중소기업인들의 실망을 대변한다.

우리는 중기청이 단순히 중소기업이 하소연이나 들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당초 설립취지대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범정부적 차원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정부 각 조직에 흩어져 있는 중기업무관련 권한을 중기청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애로를 단순히 관계부처에 중개하는 역할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풀수 있는 힘을 갖추려면 최소한의 권한이라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둘째 중기민원의 핵심은 자금이므로 구체적인 재원마련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처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벌이는 중기청의 사업이란
중진공등 기존기관이 벌이는 사업의 재포장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

셋째 정부의 힘만으로는 240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

대기업 소비자등 경제주체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시혜가 아니라 대기업 자신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는 중기문제 해결을 중기청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등과 기능협조체제를 구축해
업무의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

소비자도 중기제품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타파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노력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