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포럼] '근로시간단축 어떻게 할 것인가' .. 토론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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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관계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노사협력캠페인의 일환인 이 토론회는 "노사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를 초청, 노사핵심쟁점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첫 주제는 전국 사업장 임.단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문제를
택했습니다.
< 편집자주 >
=======================================================================
[[[ 참석자 : 이정식 <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 >
김훈식 < 경총 조사1부장 >
김성국 < 이화여대 경영학교수 >
사회 = 이정택 < 한국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실장 > ]]]
일시 : 5월20일 오후3시
장소 : 경총회관 회의실
<>사회=근로시간단축문제가 올해 전국 사업장 임.단협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주당 협약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는 임금인상요인
이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태지요.
노동계가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얻으려는 건 뭔가요.
<>이국장=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겁니다.
장시간 근로에서 해방돼 여가를 즐기고 재충전할 수 있다면 노동의 질도
자연 제고될 수 있습니다.
노총은 97년까지 주당 근로시간을 42시간으로 줄이고 2000년엔 40시간까지
단축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김부장=여가시간을 얻기 위해 협약근로시간을 줄이려 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실제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지요.
경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조업의 주당 실제근로시간은
49.2시간입니다.
노동계가 실제근로시간은 그대로 두고 협약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것은 결국
협약외 시간에 대해 임금을 더 받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국장=협약근로시간의 축소를 통해 실제근로시간을 줄이려는 뜻으로
봐주어야 합니다.
협약시간외 근무에 따른 임금인상부담을 사용자들이 느낀다면 자연 실제
근무시간도 줄여줄 것 아닙니까.
<>김부장=그건 실제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얘기죠.
경쟁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근무시간은 결코 긴 것이 아닙니다.
휴일 휴가가 얼마나 많습니까.
연.월차휴가와 창립기념일등 단체협약상의 휴일 휴가를 합치면 1년에
쉬는 날이 1백일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당 37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어요.
실제근로시간이 주 49.2시간이라고 할 때 초과하는 12.2시간에 대해선
시간외 근무로 1.5배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회=노동계의 노동운동논리와 경영계의 경쟁력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근로시간문제라는 느낌이 듭니다.
근로시간이 우리보다 짧은 서구의 경우는 노사협상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나요.
<>안교수=서구에서는 실제근로시간이 법정협약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임금과
연계돼 논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우리는 법보다 실제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일정한 근로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협약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초과근로시간이 늘어나 임금이 상승하게 되는 거지요.
<>김교수=근로시간단축을 임금인상과 연계해 추진하는 건 정상적인 접근이
아니라고 봅니다.
임금인상이 목표라면 임금제도를 고치거나 협상테이블에서 교섭하면 되는
겁니다.
<>이국장=노동계가 임금을 올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려고 하는건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 그렇게 해석한다면 이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요.
정상적인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그것이지요.
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저임금이라는 현실도 이해해야
합니다.
분명한건 노동시간단축의 1차 목표는 삶의 질 제고라는 겁니다.
<>김부장=삶의 질을 높인다는건 물론 당위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어느 수준인가는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돼야 합니다.
노동계가 자주 인용하는 것 중에 우리나라가 세계 8위의 장시간 근로국
이라는 통계가 있어요.
아프리카 보다도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언론에서도 앞다퉈
다뤘지요.
그러나 그 통계의 이면을 보세요.
아프리카 같이 더운 곳에서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일거리가 없는 후진국도 마찬가집니다.
한참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해 근로시간이 긴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이국장=일본을 보세요.
이 나라가 비판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의 사람의
삶은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일본등 아시아국가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장시간 근로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노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의 연간 잔업시간은 3백시간에 이릅니다.
왜 초과근로를 하겠습니까.
결국 저임금이 문제라는 겁니다.
잔업을 포함한 현재의 노동시간으로 받는 임금을 보장해 준다며 실제근로
시간도 줄이겠다는 것이 노총의 방침입니다.
<>사회=외국의 근로시간단축논의는 어떻습니까.
우리처럼 노사간 대립형태를 띠고 있나요.
<>김교수=시기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논의돼 왔습니다.
초기 노동운동에서의 노동시간단축은 기본권 보호 차원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고용을 늘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이 주류였어요.
지난 84년 세계최대노조인 독일 금속노조가 주35시간을 목표로 벌인
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실업자가 1백80만명을 넘어서자 개인당 노동시간을 줄여서라도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의도였지요.
이 경향이 90년대 들어선 삶의 질 제고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근로시간단축문제는 이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무내용에 따라 노동시간측정 방법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첨단산업 멀티미디어등이 등장하면서 시간보다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송국의 PD를 보세요.
일이 몰릴 때는 며칠씩 밤을 새우지 않습니까.
<>안교수=최근 들어서는 평생근로시간의 단축 방안으로 교육휴가 안식년
조기정년등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일정한 제한
을 두고 연소자와 부녀자 유해작업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회=결국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선진국화되면서 근로시간단축은
하나의 추세라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법개정을 통한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할까요.
<>김교수=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진 각국의 경우 대부분이 산별노조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인 단체 협약
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못박아 놓으면 중소기업이 문제입니다.
지키자니 힘들고 안지키자니 법을 어기는 꼴이 되지요.
<>안교수=근로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무턱대고 법으로 정해 버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지요.
변형근로제 같이 유용한 제도도 근로자들의 믿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안습니까.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여가활용과 재충전의 기반을 닦아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휴일이나 휴가를 소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국장=지금처럼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묶어 놓은 상황에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이런 문제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산별교섭체제가 돼있으면 문제는 적을 거예요.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자를 안심시키고 난 이후에 그런 시도들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사회=근로시간단축이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에 대해 노동계는
재충전된 근로자가 생산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근로시간단축이 가능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교수=잡셰어링 플렉시블타임등 다양한 변형근로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 일부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토요격주휴무제도도 엄격히 따지면 법정
에서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현실을 인정해 변형근로제를 도입해야할 것입니다.
<>이국장=경쟁력제고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행 노동관계법을 그대로 지켜도 토요격주휴무제는 기업에도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의 토요일은 완전히 쉬고 나머지 토요일은 평일처럼 근무한다고
합시다.
사용자는 고정비 부담이 줄고 근무하는 토요일엔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이미 우리 기업들이 지난 89년 노동관계법이 개정된 이후
현행 법규에 많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변형근로제등을 굳이 도입안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김부장=생산성증대와 성과배분적인 차원에서 근로시간단축문제가 논의
돼야 합니다.
그래야 비용중립적이고 삶의 질 향상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근로시간의 유연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직종 업종별로 다양성이 있는 만큼 변형근로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변형근로제를 도입하면 예를 들어 하루 한시간씩만 일을 더해도 주5일제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법정휴일.휴가가 경쟁국에 비해 2배이상 많은 현실에서 주42시간은
시기상조입니다.
노동계가 정말로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려 한다면 최소한
월차휴가 정도는 폐지해 줘야 할 것입니다.
<>사회=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사간의 뿌리 깊은 인식차이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 우리 사회에선 근로시간단축이 사회적인 당위로
인식되기는 어렵다는 결론도 도출했습니다.
그러나 근로시간단축은 국가경제가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거쳐야할 대세라고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경쟁력제고를 위한 대안이 마련됐을 때 이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노동의 질이 높아져 생산성향상으로 이어질 때 근로시간단축문제에 노사가
비슷한 톤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리=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
노사관계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노사협력캠페인의 일환인 이 토론회는 "노사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를 초청, 노사핵심쟁점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첫 주제는 전국 사업장 임.단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문제를
택했습니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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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이정식 <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 >
김훈식 < 경총 조사1부장 >
김성국 < 이화여대 경영학교수 >
사회 = 이정택 < 한국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실장 > ]]]
일시 : 5월20일 오후3시
장소 : 경총회관 회의실
<>사회=근로시간단축문제가 올해 전국 사업장 임.단협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주당 협약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는 임금인상요인
이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태지요.
노동계가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얻으려는 건 뭔가요.
<>이국장=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겁니다.
장시간 근로에서 해방돼 여가를 즐기고 재충전할 수 있다면 노동의 질도
자연 제고될 수 있습니다.
노총은 97년까지 주당 근로시간을 42시간으로 줄이고 2000년엔 40시간까지
단축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김부장=여가시간을 얻기 위해 협약근로시간을 줄이려 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실제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지요.
경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조업의 주당 실제근로시간은
49.2시간입니다.
노동계가 실제근로시간은 그대로 두고 협약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것은 결국
협약외 시간에 대해 임금을 더 받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국장=협약근로시간의 축소를 통해 실제근로시간을 줄이려는 뜻으로
봐주어야 합니다.
협약시간외 근무에 따른 임금인상부담을 사용자들이 느낀다면 자연 실제
근무시간도 줄여줄 것 아닙니까.
<>김부장=그건 실제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얘기죠.
경쟁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근무시간은 결코 긴 것이 아닙니다.
휴일 휴가가 얼마나 많습니까.
연.월차휴가와 창립기념일등 단체협약상의 휴일 휴가를 합치면 1년에
쉬는 날이 1백일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당 37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어요.
실제근로시간이 주 49.2시간이라고 할 때 초과하는 12.2시간에 대해선
시간외 근무로 1.5배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회=노동계의 노동운동논리와 경영계의 경쟁력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근로시간문제라는 느낌이 듭니다.
근로시간이 우리보다 짧은 서구의 경우는 노사협상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나요.
<>안교수=서구에서는 실제근로시간이 법정협약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임금과
연계돼 논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우리는 법보다 실제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일정한 근로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협약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초과근로시간이 늘어나 임금이 상승하게 되는 거지요.
<>김교수=근로시간단축을 임금인상과 연계해 추진하는 건 정상적인 접근이
아니라고 봅니다.
임금인상이 목표라면 임금제도를 고치거나 협상테이블에서 교섭하면 되는
겁니다.
<>이국장=노동계가 임금을 올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려고 하는건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 그렇게 해석한다면 이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요.
정상적인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그것이지요.
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저임금이라는 현실도 이해해야
합니다.
분명한건 노동시간단축의 1차 목표는 삶의 질 제고라는 겁니다.
<>김부장=삶의 질을 높인다는건 물론 당위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어느 수준인가는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돼야 합니다.
노동계가 자주 인용하는 것 중에 우리나라가 세계 8위의 장시간 근로국
이라는 통계가 있어요.
아프리카 보다도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언론에서도 앞다퉈
다뤘지요.
그러나 그 통계의 이면을 보세요.
아프리카 같이 더운 곳에서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일거리가 없는 후진국도 마찬가집니다.
한참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해 근로시간이 긴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이국장=일본을 보세요.
이 나라가 비판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의 사람의
삶은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일본등 아시아국가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장시간 근로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노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의 연간 잔업시간은 3백시간에 이릅니다.
왜 초과근로를 하겠습니까.
결국 저임금이 문제라는 겁니다.
잔업을 포함한 현재의 노동시간으로 받는 임금을 보장해 준다며 실제근로
시간도 줄이겠다는 것이 노총의 방침입니다.
<>사회=외국의 근로시간단축논의는 어떻습니까.
우리처럼 노사간 대립형태를 띠고 있나요.
<>김교수=시기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논의돼 왔습니다.
초기 노동운동에서의 노동시간단축은 기본권 보호 차원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고용을 늘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이 주류였어요.
지난 84년 세계최대노조인 독일 금속노조가 주35시간을 목표로 벌인
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실업자가 1백80만명을 넘어서자 개인당 노동시간을 줄여서라도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의도였지요.
이 경향이 90년대 들어선 삶의 질 제고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근로시간단축문제는 이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무내용에 따라 노동시간측정 방법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첨단산업 멀티미디어등이 등장하면서 시간보다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송국의 PD를 보세요.
일이 몰릴 때는 며칠씩 밤을 새우지 않습니까.
<>안교수=최근 들어서는 평생근로시간의 단축 방안으로 교육휴가 안식년
조기정년등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일정한 제한
을 두고 연소자와 부녀자 유해작업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회=결국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선진국화되면서 근로시간단축은
하나의 추세라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법개정을 통한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할까요.
<>김교수=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진 각국의 경우 대부분이 산별노조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인 단체 협약
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못박아 놓으면 중소기업이 문제입니다.
지키자니 힘들고 안지키자니 법을 어기는 꼴이 되지요.
<>안교수=근로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무턱대고 법으로 정해 버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지요.
변형근로제 같이 유용한 제도도 근로자들의 믿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안습니까.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여가활용과 재충전의 기반을 닦아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휴일이나 휴가를 소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국장=지금처럼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묶어 놓은 상황에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이런 문제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산별교섭체제가 돼있으면 문제는 적을 거예요.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자를 안심시키고 난 이후에 그런 시도들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사회=근로시간단축이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에 대해 노동계는
재충전된 근로자가 생산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근로시간단축이 가능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교수=잡셰어링 플렉시블타임등 다양한 변형근로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 일부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토요격주휴무제도도 엄격히 따지면 법정
에서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현실을 인정해 변형근로제를 도입해야할 것입니다.
<>이국장=경쟁력제고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행 노동관계법을 그대로 지켜도 토요격주휴무제는 기업에도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의 토요일은 완전히 쉬고 나머지 토요일은 평일처럼 근무한다고
합시다.
사용자는 고정비 부담이 줄고 근무하는 토요일엔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이미 우리 기업들이 지난 89년 노동관계법이 개정된 이후
현행 법규에 많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변형근로제등을 굳이 도입안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김부장=생산성증대와 성과배분적인 차원에서 근로시간단축문제가 논의
돼야 합니다.
그래야 비용중립적이고 삶의 질 향상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근로시간의 유연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직종 업종별로 다양성이 있는 만큼 변형근로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변형근로제를 도입하면 예를 들어 하루 한시간씩만 일을 더해도 주5일제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법정휴일.휴가가 경쟁국에 비해 2배이상 많은 현실에서 주42시간은
시기상조입니다.
노동계가 정말로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려 한다면 최소한
월차휴가 정도는 폐지해 줘야 할 것입니다.
<>사회=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사간의 뿌리 깊은 인식차이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 우리 사회에선 근로시간단축이 사회적인 당위로
인식되기는 어렵다는 결론도 도출했습니다.
그러나 근로시간단축은 국가경제가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거쳐야할 대세라고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경쟁력제고를 위한 대안이 마련됐을 때 이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노동의 질이 높아져 생산성향상으로 이어질 때 근로시간단축문제에 노사가
비슷한 톤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리=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