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항만청이 오는 31일 제1회 바다의 날을 앞두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행사비 대부분을 관련업계에 사실상 강제할 당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해운.항만관련 업계와 단체들에 따르면 해항청은 바다의 날 전야제와
기념식등 10여개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업승인 권한을 앞세워
관련 업체와 단체들에게 행사비를 할당,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해항청이 준비하고 있는 각종 행사들은 해양개발과 환경보전을 통해
바다에 대한 국민의식을 제고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이벤트성 행사
위주로 짜여있는데다 행사비 전액을 업체에 떠맡겨 가뜩이나 경기침체국면
으로 빠져들고 있는 해운.항만업계의 주름살을 더욱 깊이 패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전야제와 바다의 날 당일 기념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삼성그룹과 한진해운측에 각각 3억원의 협찬금을 내도록 하고 모방송사의
음악회를 갑작스레 편성토록 한뒤 현대상선에 3억원이상의 소요비용을
부담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해운.항만산업쪽과는 무관한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삼성측이 부산
가덕도신항만 민자개발사업에 참여의향을 갖고 있는 점을 악용, 행사비
지원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져 마구잡이식 할당이라는 비난을 사고있 다.

더욱이 해항청이 수산청소관의 동원산업에까지 5억원의 협찬금을 내도록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항청과 수산청간의 갈등양상마저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항청은 또 한보그룹 조양상선 대한해운 범양상선 유공해운 고려해운
흥아해운 한국특수선 호유해운등에 대해서도 각각 수천만원이상씩의
협찬금을 부담토록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주)동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각각 1억원,
부산컨테이너부두운영공사 4천만원등 부산지역 업체와 단체들에게도
총 6억원이상의 후원금을 내도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로 미루어 이번 행사와 관련, 업계에 협찬금명목으로 할당된
금액이 40억~50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첫번째로 열리는 바다의 날 행사이지만
이렇게 큰 돈을 내가면서 행사를 치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며
"바다의 날이 법정기념일인만큼 국가예산만으로 검소하게 치러지는게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항청이 워낙 밀어부치니 업계로서는 협조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바다의 날 유공자 포상이나 앞으로의 각종 사업을
감안해볼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수 밖에 없다"고 업계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해항청 관계자는 "바다의 날행사가 오래전부터 기획됐다면
당연히 정부돈으로 행사를 치러야 하겠지만 갑자기 일이 이뤄지다보니
어쩔수없이 업계의 후원을 받게 됐다"며 "그러나 대부분 업체들이 스스로
협조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