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이 발표한 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조치는 과연 시의적절한 것인가.

경제에 대한 정부규제는 가능한한 없애야 한다는것이 변함없는 우리의
주장이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결코 100% 환영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선 국제수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4월중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지금까지 한달동안의 적자로는 최고수준인
20억8,000만달러나 됐다.

올들어 4월말까지의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58억달러에 달한다.

무역외수지 적자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가 구조회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해외 부동산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물론 정책당국자들이 이번 결정을 내린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출은 안되는데 자본수지 흑자(1.4분기중 48억달러)때문에 원화는 오히려
강세를 지속,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저간의 사정을 우리도 알고
있다.

1월중 한때 790원을 웃돌던 대미달러 환율이 770원대로 낮아져 올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엔저와 겹쳐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원화강세 원인이 되고 있는 자본수지 흑자를 어떻게든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고, 그래서 해외 부동산투자 자유화등 외환에 대한 규제완화가 나왔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본수지 흑자의 주범인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등 핫머니는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자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다.

해외 부동산투자 자유화는 한번 열고나면 다시 닫기는 쉽지 않은 성질의
것이라고 볼때 더욱 그렇다.

이번 조치가 "기업하기 어려운 국내여건"에 대한 기업인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의 하나다.

저간의 경위가 어찌됐든 작년이후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고 최근들어 발표된 이른바 "신대기업정책"으로 재계의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감이 짙다.

바로 이전 상황에서 골프장건설등 해외 부동산투자를 확대하라고 부추기는
듯한 이번 조치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국내에서 공장을 짓지말고 해외에 나가서 부동산이나 사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인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다.

그러나 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보다 더 시급히 풀어야할 국내 기업활동
규제가 한둘이 아니고 보면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절실한 것은 보다 왕성한 국내 투자활동이지 해외
부동산투자가 아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어느정도 해외 부동산투자가 일어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예상을 크게 웃돌 우려도 결코 없지 않다.

"언제 맘이 바뀔지 모르니 된다고 할때 빨리 하는게 상책"이라는게 관청
사람들을 보는 일반인의 눈이고, 그렇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투어 줄을 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국내투자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클뿐 아니라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기업의 미국 부동산투자에서 보듯 해외 부동산투자는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번 해외 부동산투자 자유화조치는 아무래도 때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