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2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의 조찬모임
에서 "올해 경제성장과 물가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나 국제수지
는 당초 억제목표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 한국은행등 정부기관에서도 국제수지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많이 제시됐지만 경제부총리의 입을 통해
"공식"으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부총리는 올들어 기회있을 때마다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국제수지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낙관해 왔다.

정부는 이에따라 현재 50-6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는 경상수지적자규모를
70-80억달러 선으로 늘려 잡는 등 하반기경제운용계획의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국제수지목표달성을 가로막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부총리는 그러나 이날 "반도체"를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체 수출이 올들어 16.5%의 증가율(4월말 현재)을 보이는등 예상대로
이뤄지고 있으나 전체 수출의 18%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가격의 급락으로
반도체 단일품목에서만 50-60억달러의 수출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원 최종찬경제정책국장도 "국제수지를 구성하는 다른부문은 대부분
목표범위내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유독 반도체만 목표범위를 이탈해 전체
목표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결국 "반도체"라는 한 품목의 움직임때문에 국가 전체의 하반기 경제운용
틀이 바뀌게 된 셈이다.

지난해 2백2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반도체는 당초 올해 수출이
3백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통상산업부)됐다.

이는 작년말 가격인 개당 46-52달러(16메가D램기준)수준을 토대로한 분석
이었다.

그러나 반도체가격은 올들어 작년말의 절반수준인 개당 25-26달러선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20-21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란 분석이 많은 편인데 이
경우 반도체수출은 2백70억달러선으로 당초 목표보다 37억달러 감소한다.

마지노 선으로 여겨지는 16-18달러선까지 하락하면 수출액은 2백50억달러선
으로 목표보다 57억달러 차질을 빚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반도체가격 움직임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소 투기적 성향의 반도체산업 속성상 중.장기 전망에 대한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나부총리도 그래서 "최근 국제수지적자원인이 반도체 단일종목의 움직임에
기인하는 바가 큰 만큼 단기적으로 대증적 정책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환율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선 반도체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전자등 전략산업들이 대부분 엔저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해
"위기상황"에 들어간지 오래고 국제적인 공급과잉상태인 철강 석유화학등도
재고증가등 침체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수출부진에 아랑곳않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적인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소비는 지속돼 소비재수입이
늘어나서다.

무역외 쪽에서도 여행수지가 악화일로다.

더큰 문제는 국제수지 그 자체보다 "국제수지가 큰일났다"면서도 "대책이
없다"는 당국자들의 태도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