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리도 시차를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금리변화가 심해지고 은행과 투금사금리가 시차를 두고 결정되는 점을
이용, 기업들이 은행과 투금사를 오가며 금리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에
자금을 맡기는 "쌍방향자금운용"에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최근 금리가 반등하면서 당좌대출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는데 비해 CMA(어음관리구좌) 표지어음팩토링등 시중실세
금리를 즉각 반영하는 투금사금리가 크게 오르자 은행에서 당좌대출을 받아
이들 투금사상품에 예치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대우중공업 동양나이론등은 최근 2백억-3백억
원대의 당좌대출을 일으켜 투금사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당좌대출 우대금리는 7대시은의 경우 지난주초에
연10.8%대를 보였고 지난 주말에는11.0%수준으로 천천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CMA는 1백80일짜리가 연11.8%에 이르고 표지팩토링어음은 연11.20%
이상의 금리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 3-4월 금리가 급락할 때는 투금사에서 어음할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뒤 은행당좌대출금을 상환했었다.

과거엔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로 기업들이 은행돈을 빌리기에 급급했을
뿐만아니라 투금사금리가 항상 높아 여유돈이 생기더라도 은행돈을 투금사에
맡기는 쪽으로 운용해 왔다.

하지만 금리자유화로 금리변동폭이 커지고 기업자금사정에도 여유가 생기자
이젠 "시차"까지 겨냥한 쌍방향자금운용에 나서고 있다.

서울은행 서종한차장은 "은행당좌대출금리는 콜 CD RP등 단기금리의 직전
3일간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삼기때문에 금리하락시에는 실세금리보다 천천히
떨어지고 금리상승때는 느리게 오르는 특징이 있어 이처럼 금리차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과거와는 달리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대기업뿐만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은행이나 투금사중 한쪽에서 돈을 빌려 다른 쪽에 맡겨 두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