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한다"

요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들이 물량공세로 반도체및 전자제품 시장에서 선두 대열
에 끼였다.

그러나 이제 중소기업들이 물량보다는 전문분야에서 세계시장 경쟁대열에
어깨를 겨루기 시작했다.

30년간 자전거 부품을 만들어온 경창브레이크는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
자전거 브레이크 시장을 석권해온 일본의 요시가와사와 국제시장에서 7년간
피땀에 젖는 전쟁을 벌였다.

결국 올해초 요시가와사는 경창과의 경쟁에 못이겨 도산하고 말았다.

경창은 드디어 세계시장에 선두로 우뚝 섰다.

경창 이외에도 전문분야에서 세계선두로 올라선 기업은 수없이 많다.

대륭정밀은 위성방송 수신기로,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로 세계시장을
쳐들어가고 있다.

서전은 안경테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진웅의 텐트와 영원무역의 스포츠
의류도 국제시장에서 단연 앞장서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선두로 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시장전략을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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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맨해튼이나 동경의 긴자 이탈리아 밀라노의 중심가 안경점엔
"코레이" 브랜드의 안경테가 로덴스톡 크리스천디오르 니나리치와 나란히
진열대에 놓여 있다.

이 안경테는 소비자가 3백달러에서 5백달러에 이르는 고가제품이다.

일본의 정상급 가수인 스노다히루 미국의 헤비급 권투선수 홀리필드도
코레이 안경의 고객이다.

코레이는 국내 안경업체 서전(대표 육동창)이 수출하는 안경테이다.

서전은 고유 브랜드로 세계의 고가품 시장을 뚫고 있는 국내에 몇 안되는
기업중 하나이다.

대다수 국내기업이 주문자상표를 부착해 수출하거나 자가브랜드로 수출해도
중가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국산 안경테의 평균 수출단가가 7~8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해 이 회사의
수출단가는 40~70달러에 이른다.

몇단계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소비자가격은 3백~5백달러에 이르는 고가품
으로 변한다.

서전의 지난해 수출은 350만달러, 올 목표는 500만달러로 잡고 있다.

육사장은 장군출신에서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케이스이다.

육군준장으로 중앙정보부의 국장으로 있던 그는 10.26사태를 계기로
옷을 벗은뒤 85년 서전을 창업했다.

안경테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인의 친척인 재일교포 김병룡씨가 일본에서
이시야먀안경을 운영하면서 합작을 제의해 온데 따른 것이다.

그는 이왕 만들려면 최고급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에서 제품을 생산
하기전 1년동안 직원들을 일본에 연수시켰다.

제품생산에 가장 중요한 금형에도 과감히 투자, 일본에서 도입하고 국내
최초로 디자인실도 설치해 독자적인 디자인 개발에 나섰다.

품질을 인정한 외국 굴지의 업체들이 주문자 상표로 수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거절하고 고유브랜드로 험난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93년 개발한 코레이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유명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해외 대리점망을 개설하기 시작, 미주 유럽 중동 아시아등 28개국
에 대리점망을 구축했다.

서전은 고품질 제품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단 한개를 수출하더라도
고유브랜드 제품을 고가로 수출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당장의 이익보다는 21세기를 겨냥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