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중략)....곧은 소리는 소리이다/곧은 소리는 곧은/소리를 부른다"
-폭포-
현대사회는 나약함이라는 큰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문명은 그 주인격인 인간으로부터 오히려 힘을 빼앗아갔다.
오늘날 인류사회는 이에따라 "정보"니 "과학"이니 "물질"이니 하는
여러 문명의 산물에 지배당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광야에서 "자유"를 외치던 김수영 시인이 더욱 그립다.
김수영, 48년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사회의 부조리한 기제로부터
인간의 자유를 지키려 했던 시인.
그와의 만남에서 필자는 인생의 수많은 역경을 극복할수 있는 용기를
얻을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졸작 "한국시"를 통해 등단했을때, 그리고 지난4월 모두들
힘들다고 했던 서울 구로구에서 여당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서 힘든 선거전
끝에 당선되었을때, 또 정치와 경영의 두가지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때, 그럴 때마다 필자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은 다른 정치인이나
뛰어난 경영자의 자서전이 아니라 자유로 무장된 김수영의 시였다.
시 속에서 김수영은 언제나 곧은 사람이었으며, 필자 또한 정치가로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시인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일관된 사람이고 싶다.
그는 사회를 통해 정직하게 시를 쓰고 시를 통해 성실하게 사회를 보고
있었다.
순수와 비판을 뛰어 넘는 정직과 성실로 무장한 그는 시로써 규정짓지
않는 대신 시로써 행동하게 한다.
아직도 세상에는 곧게 살아가는 또다른 "시인 김수영"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들은 더욱 많은 눈물과 사랑과 애정으로 세상을 일궈 나간다.
이는 곧은 정신을 가진 자만이 진실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