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서서히 붕괴시키는 내전"

독일의 시사주간지인 "디 보해" 최신호 커버스토리의 제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전"이란 보스니아사태와 같은 민족이나 종교를
달리하는 집단간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아니다.

백년해로를 맹세한 부부의 이혼 증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부부의"이혼"이 "내전"으로 까지 표현된 것은 그것이 당사자와 자녀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어 국가사회공동체의 토대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를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혼율이 최근들어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건수는 배우자가 서로 동의하는 <>합의이혼
5만8,843건과 <>재판으로 이혼을 원한 1만4,371건등 모두 7만3,21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혼인신고건수 대비 18.1%를 차지, 역대 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이같은 이혼율은 한해 5쌍이 혼인신고를 할 경우 1쌍정도가
이혼을 한 꼴이었다.

독일의 경우는 부부 3쌍가운데 1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부부가운데
무려 85%가 "가끔 이혼을 생각한다"고 밝혀 조만간 이같은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독일의 법원 업무는 거의 마비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보면 <>70년 4.3% <>75년 6.0% <>80년 5.8% <>85년
10.4% <>90년 11.9%로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발표한 1심법원 접수 이혼사건의 원인별 분석에 따르면
이혼사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배우자 간통등 부정행위의 비율은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배우자에 대한 부당행위가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사유별로 보면 <>부정행위(42.1%) <>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20.5%)
<>악의에 의한 유기(16.9%) <>3년이상 생사불명 (7.0%) <>존속에 의한
부당한 대우(6.0%)의 순을 보여 여전히 간통등 배우자의 부정이 이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혼사유에서 배우자의 부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년 58.7%
<>80년 48.9% <>90년 43.7% <>95년 42.1%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정폭력등 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원인이 된 이혼은 <>70년 6.7%
<>80년 7.9% <>90년 14.9% <>93년 18.9%를 거쳐 지난해에는 20%를 넘어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간통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 자녀등의 교육을
고려, 서로 인내하던 부부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데다 여권운동으로
부부의 인격권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면서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한 이혼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관련전문가들은 <>여권의 신장 <>얽매이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
<>인내와 절제등 전통적 가치의 상실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 순종과 희생을 강요받던 여성들이 경제성장과 여권신장에 따라
전통적인 가치관을 털어버리고 평등과 자아를 찾게 되는데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이러한 시대환경을 감안한 새로운 부부상을 정립하는 한편 편부.
편모 또는 부모가 없는 어린이라도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제도등도 마련해야 할 때인 것같다.

심기웅 < 흥원산업 이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