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이후 반상회가 각 자치단체별로 자율적으로 실시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매달 한번씩 똑같은 내용으로 정부의 정책홍보위주로 운영되던
반상회가 최근들어 선수시로 개최되는가 하면 취미 모임, 민원의
창구, 이웃사랑의 장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물론 20년간 지속돼온 부정적인 인식과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오는
이웃간의 무관심으로 아직까지 반상회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반상회는 이제 지방자치
최일선현장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지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성북구와 은평구, 종로구에서는 아파트 연립주택등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반상회를 폐지하고 현안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반상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유선방송을 이용한 케이블반상회도 선보였다.

서대문구는 지난 4월 25일 구청장, 주택과장, 청소과장 등이 연희3동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반상회를 진행했고 케이블TV를 통해 서대문구 전역에
녹화방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반상회를 가졌다.

강동구는 재활용품 추진협의회 주관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 요령등을
알리기 위한 순회반상회를 개최,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동대문구와 영등포구 강남구 등의 상가지역에서는 상가번영회형태의
자생 친목단체가 결성돼 자율적으로 반상회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반상회는 또 민원해결 창구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용산구 이태원2동지역 주민은 숙원사업인 마을버스운행을 반상회를
통해 요구했고 구는 주민요구를 받아들여 올해말 버스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강동구 하일동 가래여울마을에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고 있다는 민원도
반상회를 통해 제출돼 문제가 해결된 경우다.

주민들은 또 반상회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기도 한다.

마포구 상암동지역 주민들은 지난 1월 화재가 발생하자 상암1통 17개
반장들이 주축이 돼 노인정을 이재민들의 임시거처로 마련, 의류와 식사를
제공하고 50여만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도봉구 창4동 주공아파트 19단지 주민들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매한
금액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소년소녀가장과 저소득층
10가구에 각각 10만원씩을 전달했다.

반상회가 자율적인 모임으로 변하면서 아예 주민들끼리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동호인모임형태로 운영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은평구 응암2동 26통 5반 반원들은 "성삼회"라는 모임을 결성, 경기도
파주군 주내면에 7백여평의 주말농장을 일궈 매주 토.일요일에 밭작물을
가꾸는 등 취미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상회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자발적인 주민운동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강동구지역주민들은 반상회를 통해 "이웃알기운동"을
펼치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 이웃에 배부하는 활동을 펴왔다.

도봉구 방학3동 7통2반 주민들은 반상회를 통해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감시자가 되자고 의견을 모아 실천에 옮겨 지난달까지 4건의
무단투기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담고있던 반회보의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크기나 모양을 아예 신문형태로 제작하는 곳이 늘고있고 강서구처럼
물가정보와 부동산정보까지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등 주민에게
읽히는 "지역종합신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이상진 서울시내무국장은 "반상회가 공공기관의
홍보창구로서만 이용되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면서 "주민자율조직으로 반상회가 운영된다면 이웃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는 시민들의 생활양식이 크게 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 김남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