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남반구의 조그만 섬나라 뉴질랜드가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NHK가 며칠에 걸쳐 특집프로그램을 내보내는가 하면 신문지면에도
뉴질랜드이야기가 곧잘 등장하고 있다.

주제는 "뉴질랜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일본이 나아가야 할 길을 뉴질랜드가 보여주고 있다는 찬사도 줄을
잇는다.

일본이 이처럼 뉴질랜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뉴질랜드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침체된 경제를 일거에 호전시켰다는
점에 있다.

주역인 제임스 볼저총리(국민당)는 지난90년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
받자마자 세계각국으로부터 "조용한 혁명"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의 철저한
개혁을 실시했다.

운수 관광 전기통신등 각분야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최대수출산업인
농업분야에 대한 보조금도 철폐했다.

외국자본의 참여를 자유화하고 관세도 대폭 끌어내렸다.

행정분야에서는 정부기관을 통폐합하고 8만4천명에 달하던 공무원숫자도
절반이하로 줄이면서 80년대중반 GDP(국내총생산)의 6.5%에 달하던 재정
적자를 일소하고 흑자재정을 실현시켰다.

금융부문에서도 중앙은행과 인플레율을 2%이내로 억제한다는 협정을 맺고
20%를 넘던 인플레율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부도가 나도 정부는 일체 관여치 않는다는 점을
공언하고 예금자들에 대해서도 재무상태를 살펴본후 자신의 책임하에 은행을
고르도록 했다.

볼저총리는 일본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개혁과정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었지만 명확한 목표를 갖고 밀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볼저총리의 개혁이 가시화되면서 제자리걸음에 머물던 경제도 93년이후에는
매년 2.7~5.0%에 달하는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는 규제완화가 최고의 지름길임을 입증한 것이다.

뉴질랜드의 개혁에 대해서는 하시모토총리를 비롯 일본정부도 "나라가
작다고 해서 개혁이 손쉬웠을 리는 없다"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세계8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한국은 경제적
자유에서 칠레나 남아공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은 뉴질랜드를 일본보다 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나라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