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력->김영삼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사업자선정 비난->선경의 사업권 포기"
지난 92년 "6공 최대의 이권"으로 불리며 국내외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킨 제2이동전화사업자 선정및 백지화 일정이다.
이 정도면 최근 내한한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카오스(혼돈)이론의 창시자인
프리고진 교수도 혼란을 일으킬만 하다.
당시 이 사태는 체신부장관의 사표제출에 이어 사업자선정 시기 방법 등
모든 것을 다음 정부(현 문민정부)로 넘겼다.
결국 선경은 한국이동통신의 대주주로 제2이통은 포철과 코오롱 연합몫으로
귀착됐다.
4년전의 일이다.
정보통신부는 PCS(개인휴대통신) 등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
계획서 심사를 지난 23일부터 시작했다.
내달 1일까지 진행될 이번 심사로 재계의 최대관심인 통신대전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총 1만8,000여 기업이 참여한 29개의 신규통신사업권 싸움도 이제 불과
한달안에 주인공이 가려지게 됐다.
지금은 기업들이 온갖 실력과 자금력을 동원해 만든 사업계획서에 대한
엄정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나 심사위원들은 사업자선정후 있을지도 모를 온갖 "의혹"을
불식시키고 제2이통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정하게 채점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심사위원들보다 더 땀흘리는 사람들은 신청 기업관계자들이다.
이들은 혹시 "탈락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으로 요즘 밤잠을 설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기업 관계자들은 특히 사업자는 이미 내정돼 있는데 괜히 "들러리"서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채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장안에 용하다는 점쟁이라도 찾아 통신사업과 궁합이 맞는지 알아봐야
겠다는 이들도 많다.
심사방향과 결과가 말그대로 오리무중이라고 할만하다.
정통부가 그동안 신규사업자 선정작업을 추진해온 우여곡절을 보면 이들이
불안해 하는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정통부는 애초 신규사업자를 1차심사후 추첨으로 선정키로 했었다.
그러다가 이석채장관이 오면서 실력없는 사업자를 요행으로 뽑게될
가능성이 크다며 추첨방식을 배제했다.
또 PCS쪽 경쟁이 과열되자 통신장비제조업체와 비제조업체군으로 구분해
각각 1개사업자를 뽑기로 정했다.
두개 사업권이 모두 장비제조업체에 갈경우 경제력집중을 가속화시킨다는
비난을 피하기위한 것이다.
재계가 온통 통신사업권에 매달리자 참여 기업들간의 연합컨소시엄 구성을
은근히 권유하고 나서기도 했다.
국제전화쪽은 8개 참여 추진기업이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PCS쪽에서도 재계 1, 2위그룹인 삼성과 현대가 제휴하기에 이르렀다.
정통부가 사업참여 추진기업의 도덕성을 따지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또한번 참여기업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대목이다.
이와함께 청문심사도 열기로 했다는 소식에 밤낮을 잊고 "공부"를 하고
있다.
이처럼 정통부가 사업자선정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자를 선정해 뒤탈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정통부의 이같은 고충을 십분 이해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정통부가 혹시나 어떤 모양의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맞춰 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추첨을 배제하고, 연합을 권유하고 도덕성을 따지고, 청문회를
열겠다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정통부가 마치 지나치게 깨끗하려고 얘쓰는 결벽증 환자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분명한것은 주사위는 던져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그 결과는 자명하게 나타날 것이고 온갖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사업자로 선정돼 웃는 기업보다 떨어져 울상짓는 기업이 훨씬 많을수 밖에
없다.
경쟁기업들간에 서로 헐뜯는 사례가 속출하는등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사업자선정 후에도 앙금이 상당히 오래갈 소지가 크다.
정통부는 적어도 "제2이통사태"와 같은 오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여 추진기업들도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결과에 승복하는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