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상임자문위원 >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토도 한정되어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우수한 인적자원 뿐이다.

따라서 우리경제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여 그것을 가공 수출하거나 외국에 진출-투자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국민의 소득수준을 높여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숙명적으로 눈을 밖으로 돌려야만 살수 있고 또 밖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제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대국가의 경제 산업관련 정책-제도-관행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함은 물론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성과
역사적 문화적 배경 등에 관한 지식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는 많은 정보와 지식이 공개되고 있어
그것을 입수하는 일은 과거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필요한 정보-지식을 적기에 입수,적절히 분석 가공하여 소기의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방법에 의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가
다름아닌 "지역연구"이다.

다시 말하면 지역연구란 한 나라, 한 나라의 일부지방, 또는 인접해 있는
몇개의 나라 등 이른바 "지역"의 성격을 밝히고 연구하며 이러한 지역연구를
행하는 사람이 "지역전문가"이다.

그러면 지역 전문가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지역연구는 본질적으로 개별성 특수성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첫째는
경제학 정치학 또는 사회학 등 사회과학의 이론체계와 방법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역 연구는 사회과학의 개념이나 이론체계를 원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역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연구대상 국가 지역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그 지역에 대한 관심과 공감, 거기서의 체제경험, 그 나라 역사와
관습, 국민의 가치관, 친구 등 인맥관계, 어학력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러한 것은 사회학적 전문지식과는 별도로 하나의 하부구조
(인프라)라 할수 있으며 오랜 세월에 걸쳐 비로소 지역전문가의 내부에
축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앞서 말한 사회과학적 전문
지식이 없으면 그 사람은 그 지역에 대한 "사정통"에 불과하며, 그 반대로
아무리 사회과학적 전문지식이 있더라도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그 사람은
그 학문의 전문가일 지언정 지역전문가는 아닐 것이다.

해방이후 그 동안 유학이나 해외 근무를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으나 앞서 말한 것처럼 그 대부분은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그 지역의 사정통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으로 우리나라에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우리의
중요 관심 지역의 전문가가 매우 드물 뿐만 아니라 특히 동남아 서남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는 지난 80년대말 대외 경제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책 연구기관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설립하고 그후 "지역정보센터"를
부설하여 지역 연구를 전담케 하였다.

그러나 이 센터에서는 그 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구소련 및 중동구, 그리고 중남미 등 일부 개도국에 대한 조사 연구에만
치중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센터의 연구대상은 지금까지 주요 개도국에만 한정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과 중동 아프리카에 대한 지역
연구는 제외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예컨대 연구 대상국가 이외의 국가와의 정상회담이나 각료급
회담이 개최될 때 그 나라에 대한 최신 정보와 지식이 축적되지 않아
그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대외 경제협력을 확대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중동 아프리카를 포함한 모든 개도국으로 지역연구를 확대해야 함은 물론
특히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지역연구와 전문가 양성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중요 대상 국가에 상설 연구거점을 마련하여 지역전문가의
파견 양성은 물론 그 지역 전문가들과의 연구교류와 인맥형성도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대학의 지역학과 확대와 질적 개선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연구의 강화, 지역전문가의 양성은 세계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민간부문이 맡아서 대신 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이해와 제도적 지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연구가 미국의 중남미연구, 일본의 아시아연구, 영국과
프랑스의 중동 아프리카 연구수준으로 발전하여 그 성과가 정부의 대외
경제협력정책 및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수립의 밑거름이 될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