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눈이 땅을 도배하는 겨울을 매년 맞는다.
그러나 이런 날씨 변화 속에서도 우리 외무부 테니스동호회원들은
늘 밝은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 한다.
우리는 주말이면 버릇처럼 서울서초동에 있는 외교안보연구원 구내
테니스장 (3면 클레이 최근 연습용 빽판 구비)을 찾는다.
부내 동료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 생각만 해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동호회의 역사는 나름대로 유구하다.
70년대 구중앙청 근무 시절에는 별도 전용코트 없이 시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경기를 가졌었다.
90년대 들어서는 지금의 외교안보연구원 청사의 전용테니스장 덕분에
월례대회의 전통을 탄탄히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외무부 직원들은 근무성격상 해외를 드나들게 된다.
장기간 해외근무후 모처럼 국내에 들어와 2~3년만에 운좋게 회원들과
상봉(?)해 우의를 돈독히 하고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모임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유대를 도모한다.
우리들의 해외근무 특성 때문인지 부인들이 동참하는 가족회원들도
있는데 잘하는 부인회원에게 패배의 영광(?)을 맛보는 남자회원들이
생기기도 한다.
무릇 운동이란 자기자신의 체력단련과 게임을 통한 즐거움도 가져다
주지만 역시 공식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해 준다.
사무실에서는 서로 다른 부서에 근무하지만 동호회원들간에는 코트에서
만나 계급과 직책을 초월하여 파트너로서 같은 수준의 보람된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친근감도 가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외무부 테니스동호회는 아쉬움도 간혹 맛본다.
해외로 떠나게 되는 회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그런 아쉬움에 익숙해 있다.
사람이 떠나도, 해외로 뿔뿔이 흩어져도 언젠가는 다시 땀흘리는
모습으로 테니스장에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추억을 간직하며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우리 회원들이 끈끈한 인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해외 회원들에게 우리 본부회원들은 오늘도 우리나라의 영예를 드높이기
위해 함께 열심히 일하자고,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 하얀 테니스공을
주고 받으며 회포를 풀자고 외쳐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