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산전 로봇설계실의 로봇설계팀(팀장 강석희)은 최근 국내 물류기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물류자동화에 필수적인 대형 수평다관절로봇을 독자기술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것.

자동창고내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이송되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팔렛에
적재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이 로봇은 그동안 전량 수입되거나 외국도면에
의존해 개발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때문에 연간 1백50억원규모로 추산되는 이 부문 시장을 외국제품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 팀이 수평다관절로봇 국산화연구에 착수한 것은 지난 92년.

일본의 히라다, 파낙등이 내놓은 제품보다 한단계 높은 기능을 발휘하는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별도 조직인 이회사 연구소 전문인력을 포함해 모두20여명의 기술진으로
진용을 짜 로봇컨트롤러및 모션컨트롤러의 제어기술개발에 힘을 모았다.

기술개발과정은 그러나 순탄치 않았다.

우리나라의 관련기반기술수준이 워낙 낙후된 탓이었다.

연구에 착수한지 1년이 넘어서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헤아릴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쳤지요.

그러나 반드시 우리힘으로 개발해 낸다는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강팀장)

3년이 넘는 연구끝에 지난해말 마침내 시운전에 성공했다.

가동중에도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제어신호가 동시에 처리되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당초 의도했던 수준이상으로 발휘되도록 결실을 본 것이다.

"작업시간을 종전보다 50~70%가량 줄일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과 이동중인
적재물을 잡아올릴 수 있는 추종제어기능을 접목시켰고 라면박스크기 상자를
시간당 8백~1천1백개까지 적재할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수입품 못지 않은
성능을 구현시킨게 자랑입니다"

이 팀은 이제 수직다관절구조의 팔레타이징로봇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로봇은 수평다관절로봇에 비해 속도가 더 빠르고 동작영역도 넓은
최신형제품이다.

"외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핵심제어기술이 개발된 상태인 만큼
내년 하반기께는 수직구조의 로봇개발을 완료해 국내 로봇제작기술은 물론
물류자동화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수 있을 것"이라고 강팀장은 강조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