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철강 자동차 가전제품 선박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해온
한국제품들이 시장을 빼앗기고 힘없이 밀려나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중 수출은 지난 92년11월~93년1월 이후 39개월만에 감소세를
기록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3월 2.6%에서 4월에는 5.1%로 높아지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엔화의 약세기조로 한국제품들의 대일본제품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엔화시세는 달러당 1백7엔선으로 작년 7월의 87엔선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데 비해 원화시세는 작년말 이후 3%정도 절하되는 데 그쳤다.

이는 일본업체들이 한국제품과의 상대가격을 17%나 낮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출전선에 일본제품의 공습경보가
내려졌다"는 말로 최근의 심각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대일경합주요제품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철강의 경우 4월중 수출이 28.8%나
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이후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수요업체들이 자국산 철강사용을 늘리고 있는게 가장 큰 요인이다.

반면 일본의 철강수출은 지난 1~4월중 9.4%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선박수주도 지난 1.4분기중 국내업체들은 전년동기비 46.7%나 감소한
반면 일본업체들은 그간의 감소세에서 2.2%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수출도 지난 4월중 1.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에 이처럼 급제동이 걸린 것은 작년말 반도체가격이 폭락한
이후 계약물량이 4월부터 반영된 탓도 있지만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큰 요인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은 1.4분기중 20%선의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지난달에도 15.4%의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른 품목에 비해 비교적 사정이 낫다는 자동차의 경우도 4월중 수출
증가율은 19%로 작년 한해동안의 수출증가율 41.4%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업계는 원화환율의 조정이 없는 한 이같은 수출부진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화 환율을 결정하는 최대변수인 일본의 대미흑자폭이 계속 감소추세에
있고 일본내 경기도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어 더이상 엔고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