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장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지난 24일 저녁 홍콩 중심가의 한식당에서 문희갑 대구시장과 동국직물
덕산기공 등 20여개 업체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동남아
시장개척단 종합평가회가 당초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성과로 고무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평가회에서 참석자들은 시개단이 거둔 상담액 1억2천만달러와 계약액
4천6백만달러라는 성과를 결산하고 우리상품의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장 개척에 개척에 공동으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지난 13일부터 12박13일동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등
4개국을 순방한 대구시 시장개척단은 첫 방문지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에서부터 당초 목표액을 3배 가까이 초과한 2천3백50만달러의 상담액과
8백96만달러의 계약을 올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인당 소득이 1천달러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4천만명에
소득의 80%가 집중된 이나라의 시장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
참가 업체 관계자는 밝혔다.

상담장을 찾은 한 교민은 인도네시아는 전 국토면적의 7%를 차지하는
자바섬에 인구의 75%인 1억4천여만명이 몰려 사는 세계최대의 단일시장
이라며 연간 최고급 BMW 4천5백대가 팔릴 정도라고 소개해 업계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기도 했다.

동남아시개단은 말레이지아와 필리핀에서도 각각 2천6백만달러의 상담액과
6백-7백80만달러의 계약 실적을 올려 최근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라
소비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동남아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개단 참가업체중 섬유업체인 동국직물이 3천7백60만달러의 상담에
2천2백만달러를 계약해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고 벽돌기계 및 주차기업체인
덕산기공은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인 부미라야와 연간 1천만달러의 대리점
계약을 추진키로 하는 등 1천2백만달러의 상담액과 2백84만달러계약액을
기록했다.

다이아몬드 공구업체인 합동줄 공업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이리소재 귀금속
가공 업체 유치와 관련해 계획된 25개업체의 가공공구 전량에 대한 납품을
말레이시아정부로 부터 요청받았고 필리핀에서는 치과용 공구의 군납요청을
받기도 했다.

경창 와이퍼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딸로부터 국민차의 생산과 관련
부품의 대리점및 합작공장 건설을 타진받는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목공예 업체인 두림공방은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서 현지에서 생산되는
흑단을 반제품으로 가공 수입해 완제품을 만든후 전세계시장으로 재수출
한다는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번 시장개척단이 이같이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이지역의 시장성이
의외로 큰 데다 업체의 신용도와 기술수준을 시장이 직접 보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구시는 현지방문 결과 이지역에 대한 판매위주의 수출정책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는 합작투자, 기술제휴 등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 추진키로 했다.

특히 경쟁력을 잃어가는 산업은 해외로 이전하고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판단이다.

문희갑 시장이 섬유 등 중저가제품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이전
하겠다는 발표나 홍콩 인근의 중국 광동성 동완시 청계진에 12만평규모의
대구전용공단을 조성키로 한 것은 이같은 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시는 이번 개척단의 활동결과를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지역별 경제통상 전담반을 운영하고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되고 있는
섬유의 과잉생산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키로 했다.

이번 시개단 활동기간중 문시장은 말레이시아 관광진흥공사와 국제적인
명소로 조성된 쿠알라룸프르인근의 겐팅하일랜드, 필리핀 국제 컨벤션
센터를 직접 방문해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현장 조사도 실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는 곧 팔공산 관광 개발계획과 관광상품개발
국제회의장 건설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대구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