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스피커생산업체인 보우스(BOSE)사의 15평 남짓한 음악감상실.

양쪽 귀퉁이엔 가로 40cm, 세로 1m가 넘는 커다란 스피커가 놓여 있다.

스피커는 때론 장중하고 때로는 감미로운 음을 뿜어내며 방안을 음파로
가득 채운다.

스피커가 저렇게 크니 멋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순간 누군가 무대앞으로 가더니 스피커(사실은 스피커뚜껑)
를 살짝 들어 한쪽으로 치워놓는다.

그러자 거기엔 놀랍게도 겨우 손바닥만한 스피커가 당그라니 놓여 있다.

방안을 음의 낙원으로 만들었던 스피커는 실제로는 높이 10cm, 폭 5cm에
불과한 초소형 스피커였다.

말로만 들어온 보우스스피커의 진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미국내 450여 스피커생산업체중의 하나이기도한 보우스사는 매사추세츠주의
소도시 프래밍햄에 자리잡고 있다.

보스턴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남동쪽으로 달리면 나지막한 산위에 자리
잡은 보우스사 본사건물이 눈에 띈다.

세계 스피커시장의 거봉으로 우뚝 솟아있는 보우스사의 경영이념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보우스사의 아마르 보우스회장은 이 회사가 새로운 음향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구개발자금을 마련키 위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말대로 보우스사는 이익 전부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기업을 공개하고 있지 않을 정도이다.

알짜배기 기업이기에 회사를 공개하기만 하면 큰 돈을 벌수 있는데도
전혀 상장을 고려치 않고 있다.

회사를 공개할 경우 배당금과 주가부양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등쌀로 연구
개발에 힘쓸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연구개발이 경영이념일 정도니 보우스스피커의 품질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사족일뿐이다.

올 3월에 끝난 95회계연도 매출액은 약 7억달러.

전년에 비해 20%쯤 늘었다.

매출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보우스사는 이익에 대해서는 더더욱
입을 다문다.

본사건물을 신축중이고 해마다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내는 것을
보면 이익규모를 짐작할 수 있지 않으냐는 대답만 듣게 된다.

사실 보우스사는 개인기업인 탓에 경영실적을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

심혈을 쏟은 연구개발끝에 내놓은 보우스제품들은 그때마다 세계음향산업의
지평을 넓혔다.

68년에 개발한 901스피커는 당시 세계최고의 품질로 평가받은후 지금까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87년에는 크기를 대폭 줄였으나 보다 다이내믹한 중저음을 내는
어쿠스티매스스피커를 선보여 세계스피커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90년에는 스피커.튜너.CD플레이어일체형 라이프스타일뮤직시스템을 개발,
음악애호가들의 가슴을 시원히 만들어줬다.

3년전엔 라디오시장의 풍운아 웨이브라디오를 개발, 조그만 라디오에서
대형 컴포넌트오디오 이상의 음질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해엔 손바닥만한 스피커와 튜너.CD플레이어일체형 라이프스타일
20뮤직시스템을 개발, 인류에게 듣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다.

보우스스피커는 승용차를 움직이는 고급음악감상실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GM의 캐딜락, 독일 벤츠자동차, 폴크스바겐의 아우디, 일본 혼다자동차의
어큐라, 닛산의 인피니티등 세계적인 일류승용차들은 거의다 보우스스피커를
쓰고 있다.

지난 64년에 설립된 보우스사는 17개국에 7개의 공장과 자회사 판매
특약점들을 갖고 있다.

이익 모두를 재투자하는 보우스사의 스피커는 소리를 사랑하고 진짜 음을
음미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싶어할 "뮤즈신의 창조물"이다.

< 프래밍햄(미매사추세츠주)=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