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공병호
출판사 : 한국경제연구원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구성원리는 무엇인가.

이 문제는 아마도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이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가장
핵심적인 문제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는 고사하고
반시장주의 입장에 빠질 것이다.

우리의 경제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주류경제학은 사회적 문제를 희소한
자원의 최적배분문제로 간주하고 시장경제가 이를 해결하는 배분기계로
파악하고 있다.

고전물리학의 풍토속에서 자라난 이 경제학은 전지전능한 정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계획이론과 동일하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학계는 주로 계획이론가들및 반시장주의자들을 산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한국적 풍토에서 성장했으면서도 기업가적 자기혁신을 통해 이
풍토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소수파그룹에 속하는 공병호박사의 저서 "시장
경제란 무엇인가"는 반시장주의를 정당화시키는 "주류경제학에 대한
도전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530여쪽의 방대한 저서에서 그는 시장경제를 희소한 자원의 배분기계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처에 흩어져 있는, 그리고 어느 누구도 한 장소에
모아 놓을 수 없는 지식의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질서로 간주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지식이론적 시장경제이론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이론적 시각에서 시장경제의 윤리적 법적 제도적인 기초와
정치적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이로써 그는 질서들의 상호의존성에 관한 독일의 질서자유주의 전통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론과 현실의 세계를 거침없이 넘나들면서 쓰여진 이 저서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은 두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같다.

첫째로 올바른 경제관 법관 윤리관및 정치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질서들의
상호의존성 때문에 학문의 분화를 극복해야 하고 또한 전인격적 교육이
필요하며, 둘째로 학자나 관료 또는 정치가들은 사법주체들 각자가 불완전
하지만 그러나 자신들의 삶에서 갈고 닦은 지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학의 겸손이라는 도덕적 요구다.

이 두가지 교훈이야말로 자유로운 인간들의 경제사회를 이룩하기 의한
전제조건이다.

이 두가지 교훈을 일반독자들도 쉽게 읽어낼 수 있게 쓰여진 점이 이책을
질서의 상호의존성을 무시하고 지식의 오만으로 점철되어 있는 계획이론적
주류경제학의 교과서와 구분시켜주는 요소다.

탈산업화및 정보화의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패러다임은 이러한 교훈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 저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민경국 < 강원대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