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건설회사와 거래를 하는데 받은 어음의 부도발생이 많습니다.
일은 중소업자가 하고 정작 돈은 건설업자가 가로채는 셈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지요"

"신용보증기관의 어음할인한도 부족으로 사채시장에서 월 3~5%로 할인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매출액의 40%까지 받을 어음을 할인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중소기업
신문고'' 행사에는 경영상의 각종 애로를 털어놓는 중소기업인들의 열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주태통산부정책총괄담당관을 비롯 중기청 재경원 노동부 환경부등 정부
부처관계자와 중소기업대표등 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중소기업인의 자금 인력 세제 입지 하도급등 각분야별 애로건의와 정부측의
이에 대한 답변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기협중앙회가 주최하는 제8회중소기업주간행사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신설된 신문고행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애로해결의 장"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자금문제는 시 도에서 융자지원해주는 "중소기업육성기금"의 상한선
확대, 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인자격요건완화, 신용보증기금의 어음할인에
대한 보증한도의 확대, 신용보증기금의 담보요구철폐등 주로 금융지원확대를
요구하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뤘다.

충무정밀의 전상돈사장은 "시 도에서 지원해주는 중기육성기금의 업체당
한도액이 2억원인데 한번 융자를 받으면 본 융자금이 전부 반환될때까지
융자가 불가능하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끔 3억원내지 5억원정도로
한도를 인상해 달라"고 호소.

또 삼양금속의 성병열사장은 "한탕주의 부도어음이 중소기업을 다 죽인다"
고 강조하고 "약속어음부도시에도 형사처벌을 하고 기업체규모에 따라 차등
으로 어음을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성진흥의 김득연사장은 "건설회사의 부도시 선의의 중소업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법정관리가 될때는 2~3년짜리어음을 주는데
보다 효과적인 도움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

이에 대해 공정위 하도급2과의 어용호사무관은 "금융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직접 대답하기 곤란하지만 대금지급보증제는 하도급법개정시 반영토록 조치
하고 하도급을 분리해 전문 건설업자에게 직접 발주하는 제도도 연구해
보겠다"고 답변.

<>.인력문제는 주로 외국인인력관리와 병역특례제도등에 초점을 맞춘
건의가 많았다.

동성화학의 오원석사장은 "1차 도입된 외국인력의 2년연수기간만료일이
오는8월로 임박했다"고 말하고 "1년간 연장업종을 확대하고 대체방법이
합리적이고 공백없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촉구.

또 파웰의 박덕신사장은 "연구인력병역특례요건인 "석사급이상연구원 3명
이상 보유" 조항을 폐기하고 연구개발비투자비율로 변경해 중소기업에 불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외에도 "부도발생시 부도어음에 대한 세제혜택및 구제
제도를 마련해 달라" "외국인불법취업자와 이탈자를 단속해 달라" "공장
면적률 제한을 완화해 달라" "중기고유업종지정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각종 건의가 빗발.

이날 참석자들은 "관계부처관계자들의 속시원한 답변은 못들었지만
중기인들이 겪고 있는 생산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당공무원들이 듣고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만으로도 이날 모임은 큰 성과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