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28)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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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봉은 대부인에게로 달려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겠다 싶어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인과 시녀들,우씨를 비롯한 집안 부인들은 가련을 막아보려고
하였지만 가련이 칼을 휘두르며 워낙 거칠게 내닫는 바람에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그저 가련의 뒤를 우르르 따라갈 뿐이었다.
희봉이 대부인의 처소로 뛰어들었을 때는 이미 연극 공연도 끝나
있었다.
희봉은 안방에 편하게 비스듬히 누워 있는 대부인의 품에 안기다시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웬일이냐? 오늘 생일 잔칫상까지 받아놓고"
대부인이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할머님, 저 좀 살려주세요.
남편이 나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달려오고 있어요"
"뭐라구? 칼을 들고? 이런 변괴가 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희봉이 다급하게 자초지종을 주워 섬겼다.
희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련이 칼을 들고 대부인의 방으로까지
쳐들어왔다.
형부인과 왕부인이 가련을 막아 서며 호통을 쳤다.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뛰어드는 거냐?
그것도 칼을 휘두르면서"
가련은 뜨끔하였으나 술주정을 하는 척하며 고함을 질렀다.
"저년이 남편을 뭐로 알고 함부로 까분다니깐요.
저년이 나보고 자기를 죽여달라고 생떼를 써서 저년 소원 들어주려고
이렇게 온 겁니다.
비키세요. 저년 소원 들어주게"
"말조심 하게. 마누라 보고 저년 저년이라니. 그것도 할머님 면전에서"
가련이 풀이 좀 꺾이면서 투덜거렸다.
"모두들 저것을 감싸주니 저게 기가 살아서 남편을 우습게 여긴다니까"
"듣자 하니 네놈이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서 우리 희봉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구먼.
그러고도 뭐가 잘났다고 큰소리냐.
네 아버지에게 일러바쳐서 혼쭐이 나도록 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대부인이 근엄한 목소리로 가련을 꾸짖자 가련이 더욱 주춤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가사까지 오늘 소동을 알게 된다면 가련도 언젠가 가정에게
맞은 보옥이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가련이 멈칫하는 틈을 타 형부인이 가련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냉큼 물러가지 못할까"
칼까지 빼앗긴 가련이 비실비실 대부인의 방을 나와 자기 서재로
돌아가서는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희봉이한테 들키는 바람에 욕망을 처리하지 못한 가련의 그 사타구니
물건은 아직도 뭐가 아쉬운지 다시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더니
염치도 좋게 끄덕이기까지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
방향을 잡았다.
하인과 시녀들,우씨를 비롯한 집안 부인들은 가련을 막아보려고
하였지만 가련이 칼을 휘두르며 워낙 거칠게 내닫는 바람에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그저 가련의 뒤를 우르르 따라갈 뿐이었다.
희봉이 대부인의 처소로 뛰어들었을 때는 이미 연극 공연도 끝나
있었다.
희봉은 안방에 편하게 비스듬히 누워 있는 대부인의 품에 안기다시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웬일이냐? 오늘 생일 잔칫상까지 받아놓고"
대부인이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할머님, 저 좀 살려주세요.
남편이 나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달려오고 있어요"
"뭐라구? 칼을 들고? 이런 변괴가 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희봉이 다급하게 자초지종을 주워 섬겼다.
희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련이 칼을 들고 대부인의 방으로까지
쳐들어왔다.
형부인과 왕부인이 가련을 막아 서며 호통을 쳤다.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뛰어드는 거냐?
그것도 칼을 휘두르면서"
가련은 뜨끔하였으나 술주정을 하는 척하며 고함을 질렀다.
"저년이 남편을 뭐로 알고 함부로 까분다니깐요.
저년이 나보고 자기를 죽여달라고 생떼를 써서 저년 소원 들어주려고
이렇게 온 겁니다.
비키세요. 저년 소원 들어주게"
"말조심 하게. 마누라 보고 저년 저년이라니. 그것도 할머님 면전에서"
가련이 풀이 좀 꺾이면서 투덜거렸다.
"모두들 저것을 감싸주니 저게 기가 살아서 남편을 우습게 여긴다니까"
"듣자 하니 네놈이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서 우리 희봉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구먼.
그러고도 뭐가 잘났다고 큰소리냐.
네 아버지에게 일러바쳐서 혼쭐이 나도록 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대부인이 근엄한 목소리로 가련을 꾸짖자 가련이 더욱 주춤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가사까지 오늘 소동을 알게 된다면 가련도 언젠가 가정에게
맞은 보옥이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가련이 멈칫하는 틈을 타 형부인이 가련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냉큼 물러가지 못할까"
칼까지 빼앗긴 가련이 비실비실 대부인의 방을 나와 자기 서재로
돌아가서는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희봉이한테 들키는 바람에 욕망을 처리하지 못한 가련의 그 사타구니
물건은 아직도 뭐가 아쉬운지 다시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더니
염치도 좋게 끄덕이기까지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