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의 사상은 양의 동서를 가릴 것 없이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의식속에 자리를 해 왔다.

특히 그것은 종교의 경전에서 두드러 진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깊게 잠들게 하신 다음에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서는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어
아담에게 데려 오시자 아담은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고 부르리라""

"구약성서"창세기에서는 이처럼 여자를 남자로부터 분리되어 생겨난
존재로 본다.

"코란"에서도 "여자란 너희들의 경작지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생각하는 대로 손대는 것이 좋다"고 하여 여자를
남자소유물 내지는 부속물로 규정한다.

또한 동양적 윤리의 기본이 되어 온 "공자가어"에 나오는 여자의
삼종지도도 그와 다른 사상이 아니다.

"여자는 남자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그 일을 돕는 자다.

그 때문에 여자는 모든 일을 전제할 의리는 없고 오직 세가지 좋은
도리가 있다.

어려서는 부형을 좆고 시집 가서는 남편을 좆으며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좆는다" 이러한 여성 비하의 사상은 남성중심으로 짜여져 온 사회체제의
현실을 반영한 소산이라 할수 있다.

그런 풍토 속에서 어느 부모가 딸을 낳고 싶어 하겠는가.

여기에서 남아선호사상은 확고 부동하게 뿌리를 내릴수 밖에 없었다.

남성만이 가계를 이을수 있는 법체계가 온존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이 거의 절대적이다.

서구사상의 유입 이후 여권신장운동이 거세게 벌어져 온 마당인데도
그럿은 요지부동인 것 같다.

그러한 풍토는 의료 첨단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자연의 섭리로 이루어진
성비균형을 깨뜨려 버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태아의 성을 감별하여 여아인 경우에 인공유산을 시키는 행위가 근년
들어 급격히 늘어나 성비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가족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여자를 100으로 한 결혼적령기
(남 25~30, 여20~25세) 인구구성비가 93년의 115.8에서 2010년에는
128.6으로 늘어나 신부기근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란다.

정부는 급기야 태아 성감별행위를 한 의료인의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음성적 인공유산이 횡행하는 마당에 처벌 강화가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에 앞서 법상의 남녀평등 실현, 성비 불균형의 심각성 홍보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