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한 은행의 VIP룸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미모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흰색 그랜저승용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차를 세운곳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3층에 내린 그녀는 한쪽이 막힌 복도를 따라 두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귀빈대기실이다.

주위에 자신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서 한 10초를 기다리면 말쑥하게 차려입은 미남직원들이 나타난다.

수억원씩 예금하는 거액고객만을 담당하는 재테크전문가다.

비로소 이 미모의 여인이 선글라스를 벗었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요즘
인기절정인 탤런트 김모양이다.

그녀가 이 VIP룸을 즐겨찾는 이유는 이런 보안시설덕분에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에게 재산증식방법을 조언해 주는 이 은행의 K대리말대로 투자했더니
재산이 꽤 늘어난게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른다.

연예인인 탓에 그녀의 수입은 일정치가 않다.

바쁜 탓에 수입을 관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누군가 재산관리주치의가 필요했는데 K대리는 믿음직한 "집사"
노릇을 해준다.

그녀는 TV출연료 광고모델료 영화출연료등의 수입이 꽤되는 탓에 금융자산
만도 4억원이 넘는다.

이자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 것같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될 것이
우려됐는데 세무사자격증이 있는 K대리의 조언으로 분리과세상품을 적절히
택해 현재로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안심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연예인이라 사생활노출이 심한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돼 수입마저 노출되는건 그녀에게 질색이다.

그녀의 재테크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녀는 올초에 만기7년짜리 장기채를 1억원가량 샀고 2억원은 공사채형수익
증권, 나머지 약 1억원은 7년짜리 장기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모두 절세형상품이다.

금융이나 재산관리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녀같이 소득이 많은 연예인의 이런
VIP룸 이용이 늘고 있다.

인기연예인 최진실씨도 이런 종류의 다른은행 VIP룸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계에선 이를 두고 "진실이 재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