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적 전환기를 앞두고 동아시아의 경제성장과 그 역할은 범세계적
공동번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경제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완전경쟁 윤리체계가 상상할 수 없었던 집합체주의적
윤리체계와 상호의존적 산업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는 후진국을 약탈의 대상으로 보는 제국주의와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산업의 역내이동이라는 새로운 메카니즘의 공동번영체제를
발명했다.

이런 체제 덕분에 같은 상황에서 개인주의적 미국식 경영이 실패한 것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산업이식이 성공적으로 전개됐다.

동북아시아의 성공적 산업이식 모델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까지
도달했고 중미와 남미까지 뻗어가고 있다.

동아시아가 발명한 공동번영 상호의존의 모델이 전 세계를 하나의
공동번영의 테두리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아시아적 번영의 확산이다.

아시아는 이제 대립적 시장 윤리구조에 근거한 서구의 번영과 지도력을
대신할 새롭고 인간적인 번영모델을 구축했다.

이런 도덕적 번영은 21세기에 아시아가 세계문명을 주도하는데 기초적
힘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